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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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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는 것은 흥미로워 보이고, 목적과 그 결과까지 뚜렷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목적과 결과가 그래도 그것을 장기간 하는 것은 좀 더 특별한 신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 오십줄을 넘긴 생물학 박사가 미국사회 저임금 일을 다양하게 체험했다. 계기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과연 그들의 수입(시간당 6-7달러)만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물론 옆에서 부추긴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녀는 과감히 선택하고 뛰어 들었다.

 

단순히 며칠 또는 몇주 체험하는 식은 아니다. 하루 이틀 일하고 일당을 기부하는 식은 더욱 아니다. 그런 것은 체험을 빙자한 사기에 가깝지 않을까? 모름지기 체험을 하려면 이 분처럼 이라는 말도 떠오르지만...

 

여하튼 그녀의 강단있는 선택과 굳센 의지는 책을 읽는 동안 계속 감탄에 마지 않게된다. 무슨 부귀영화가 보장되어 있길래 이다지도 집요하게 덤비는가? 그녀는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뼛속까지 체험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어느정도 알리고 사회적 이슈화 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한다. 이책은 150만부나 팔렸고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그 독자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영향으로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하니 그녀의 체험은 이쯤되면 빛나는 것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그녀는 미국에서 3년에  걸쳐 총 6개의 직업을 체험한다. 아니, 체험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 직접 일을 하면서 그 수입만으로 생활하는 삶을 살았다는 편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삶은 식당 웨이트리스,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할인마트 매장 직원으로 산것 이다. 그 직업이라는 것이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단순히 힘만 쓴다고 되는 일은 아니고 저자의 표현대로 '아무 기술도 필요 없는 일' 이란 없는 법이다. 시간이 지나 숙련이 되는 과정은 있겠지만.

 

그런데 시간당 6~7달러라는 것이 10년도 전 일이긴 하지만(어쩌면 그래서 더!)상대적으로 무척 많게 느껴진다. 한국의 경우는 현재 시점에서 최저임금이 4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의 시급도 최저임금에서 왔다 갔가 할 것이다. 물론 단순비교는 어렵고 책에도 나와있듯이 미국의 경우 집세가 매우 높기는 하지만, 여하튼 시급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녀의 생활은 어떠했나? 결론은 딸린 가족이 있었다면 포기했을 거라는 거다. 그나마 수년간의 헬스를 통해 단련된 몸과 약간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그야말로 입에 풀칠하는 수준은 유지했다. 다시 결론은 임금이 너무 낮고 집세는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를 포함한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흥청망청(그럴 돈이 어디있나?)할 생각조차도 못하고(꿈은 꾸겠지만)그야말로 '열심히'사는데. 결국 열심히 살아 봤자 안되는 현실을 절감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지원이 많은가? 저자는 일을 쉬는 동안 그야말로 형편 때문에 여러 구호단체의 도움을 모색해 보지만 그 담당자들(주로 공무원)의 태도는 너무 무성의하고 심지어 죄인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자는 외친다. 그들이 넘어졌을 때 최소한 그들을 발로는 차지 말아달라고! 이책이 나온지 1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미국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결국 보편적 복지(또는 그것에 근접한)를 위한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미국은 보편적 복지 보다는 소위 잔여적 복지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고 알고 있고 OECD국가중 GDP중에서 정부의 복지예산이 차지 하는 비중이 13~14퍼센트라 한다.(2007년 기준)이것은 OECD 평균인 19.3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참고로 한국은 9퍼센트 수준이라 한다.(2011년 기준) 그런데 복지라는 것이 단순히 몇 년에 걸쳐 이루어 질수는 없다. 혁명이 일어나 하루아침에 변화가 있으면 모를까,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장기간의 계획을 가지고 복지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 말기 즈음에서 한국에서도 보편적 복지에 대한 얘기들이 정치권의 화두로 이슈화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복지예산 마련의 다양한 목소리 들이 나오고 있다.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그만큼 다가오는 대선이 중요해지고 있다. 복지에 대한 장기계획을 가지고 특히, 예산 마련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근거있고 타당한 계획들을 내놓는 지를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야말로 '신성한'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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