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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성의 마법사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25년 11월
평점 :
<호랑이성의 마법사>는 뉴베리 상 수상 작가 루이스 새커의 르네상스 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판타지 소설이다. 뉴베리 상은 매 해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수여하는 미국 아동의 문학상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작가 루이스 새커는 1999년 억울하게 소년원에 수감된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구덩이>라는 작품으로 뉴베리 상을 수상했다.
그런 그가 집필한 소설 <호랑이성의 마법사>가 2025년 드디어 출시되었다!
<호랑이성의 마법사>는 르네상스 시대를 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위대한 대머리 마법사 아나톨과 공주 툴리아, 제목에 나오듯 '호랑이성', '마법사' 라는 키워드가 들어가니 동화처럼 단순할 것만 같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인덱스를 수십 군데 붙일 정도로 어른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소설이었다.
<호랑이성의 마법사>는 1523년 르네상스 당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화자인 '아나톨'은 에스콰베타라는 왕국의 마법사로,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는 인물이다. 과학 실험을 하듯 온갖 변수를 체크하며 제조한 물약으로 여러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등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이한 것은 그가 아무런 체모가 없는 대머리라는 점인데,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수차례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다면 바로 긴장해야 한다. 이 모험담에서는 웃음과 동시에 위기가 찾아오기 때문에 낄낄 거리며 느슨해지다가도 엇, 뭐야 하고 다시 자세를 바로 잡으며 긴장하게 된다. 이야기 초반부터 그는 자신이 르네상스 시대의 호랑이성에 살던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는데, 서술하고 있는 시점은 현재이기에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툴리아'는 나이는 어리지만 당차고, 모험심이 강하며 늘 자신만만한 에스콰베타의 공주이다. 그러나 몰락해가는 왕국의 사정으로 인해 옥사타니아 왕국의 '달림플' 왕자와 정략결혼을 해야 한다. 그런 상황 속에 견습 필경사 '피토'와 사랑에 빠지고, 정략결혼을 완강히 거부한다.
'피토'는 견습 필경사로 성에 들어왔으나, 정략결혼을 하게 된 툴리아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고 처형을 기다린다.
아나톨은 이런 상황에서 툴리아가 순종적으로 결혼을 하게 할 물약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아나톨은 툴리아와 피토에게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약을 만들며 매일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피토와도 친해지게 된다. 피토와 툴리아는 아나톨이 만든 물약으로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 툴리아는 기억을 잃기 전 아나톨에게 피토의 처형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했었기에, 약속 대로 피토가 처형 되기 직전, 흑사병으로 위장해 그를 빼돌리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결혼식을 미루기 위해 제작한 물약의 효과가 제 때 나타나지 않아 차질이 생기고 이로 인해 결혼식장은 전쟁의 시작점이 되어버린다. 아나톨과 툴리아, 피토는 가까스로 탈출하여 모험을 시작한다.
이후 펼쳐지는 모험의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하다. 과하게 조심해서 몸을 사리는 부분도 있지만 방심한 상태로 물건을 사러가는 때도 있어서 이러다 들킨다고 속으로 두근두근하면서 읽었다. 공주의 몸으로 성을 나와 생활하는 것이 처음임에도 아나톨보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모험하는 툴리아와 어린 시절부터 고대 그리스 서적을 필사했던 피토가 명언을 주저리 읊는 의젓함과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능력자의 지혜로움을 보이다가도 둘이 자꾸 투닥거리면서 자기들도 모르는 사랑싸움을 하는데 그게 참 맛있는(ㅋㅋ)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 ͡° ͜ʖ ͡°) 이런 표정으로 계속 설렜던 것 같다.
청소년문학이라는 장르 때문에 순조로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마지막 결말은... 여운이 엄청나다.
완독 후, 이야기 초반에 여유롭게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아나톨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면 아, 이래서 아나톨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구나 하고 머릿속에 느낌표를 띄우게 된다.
<구덩이> 라는 소설에서 촘촘하게 엮인 전개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작가의 솜씨가 여기서도 발휘되는 것 같다.
다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책을 읽어보면 아나톨의 말 하나하나에서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모험을 하던 중 방문한 여인숙에 있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다가 수도사들이 온 것을 보며 저속한 부분에서 더욱 큰 소리로 불렀다는 내용이 있었다. 물론 작가의 서술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모욕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것 같다. 인상적인 문단이 있는데,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이 부분을 만난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일종의 예술 행위였다는 점을 재밌게 받아들일 것 같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배경으로 해리포터나 크리스마스 음악을 틀어두고 읽었더니 한층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해리포터를 읽어서 그런지, 배경음악을 따로 틀어두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해리포터 배경음악이 재생되고 연회의 분위기도 함께 연상되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마침 <호랑이성의 마법사>가 2025년 하반기 겨울에 출시된 르네상스 판타지 소설인 만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며 읽어보셨으면 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