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탐정 김전일 39 - 완결
사토 후미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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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3인 되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보기 시작한 만화 김전일. 그 당시 내가 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미 10여권이 넘게 나와있던 때였다. 초, 중, 고를 함께 해왔다면 조금은 이상할까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렇게 긴 세월.. 장장 8년이나 되는 시간동안 연재되어왔던 김전일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8년의 연재기간, 37권의 본편과 2권의 번외편. 그 외에도 자잘한 번외들이 해적판으로 출판된 것이 아주 많아 족히 그 시리즈가 50권은 넘을듯 싶다. 연재 초기부터 편집부의 깊숙한 개입등으로 이미 그 상업성이 비난을 받은지 오래였고, 또한 10여권을 넘어가면서 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 그 매너리즘은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었지만 이러한 말들은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 이제 완결이 된 이 시점에서는 많은 팬들을 확보한 만화가 되었다.

김전일을 시작으로 그 뒤를 잊는 여러 추리만화들이 다양한 장르에 소속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김전일과 같은 소년만화의 테두리 속에서 나온 만화도 있었으며 공포물에서도, 순정만화 속에서도 추리와 탐정이라는 키워드가 종종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도 그 증거가 되겠지만, 이런것들이 아니라 하여도 김전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만화라는 생각이다.

그럼, 이제 39편의 이야기로 접어들어 보자. 39편 역시 38편과 마찬가지로 아케치 총경(이제는 승진 하여 경감에서 총경이 되었다)의 사건으로 채워져있다. '김전일과는 다른 천재의 인생'을 걷고 있는 엘리트 케리어 총경인 아케치의 L.A 연수 겸 직무 시절의 두 사건과 체스 대회에서의 이야기,(여기에서 우리는 서양여인과의 로맨스(?)도 목격할 수 있다)그리고 김전일의 팬이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름 '요이치'의 옛날 모습도 얼핏 볼 수 있다.

또한, 마지막에 부록처럼 들어있는 '아케치의 아침'은 38편에서 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부시시'에서 '케리어 젠틀'이 되기까지의 그 숨겨진 과정...! 그의 우아한 아침식단이라든지 그의 그 우아하게 실수를 덮어버리는 능력이라든지..! 이런 저런 면으로 볼 때 다소의 실망을 안겨주었던 38권보다는 훨씬 추천 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베스트 셀러라 할 지라도 만화책이 그 수명을 5년을 못넘기는 우리나라에서라면, 큰 맘 먹고라도 소장할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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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기 9
미네쿠라 카즈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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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기는 그 흔하게 나와있는 서유기의 아류작들이라 할 만한 숫한 만화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니컬한 삼장과 심드렁한 오정, 차갑지만 따뜻한 팔계와 핵폭탄 오공. 이 네 사람, 아니 사람과 요괴의 이야기는 단순히 슈퍼보드로 각인되어 있는 서유기에 대한 생각의 틀을 무참히 깨버린다. 총질이 취미이고 말보로 레드 소프트가 없으면 그날의 여자들처럼 신경질적인 삼장은 최고의 승려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어린 시절의 좋지 못한 스승에 대한 기억과 그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온갖 여자 캐릭터의 마음을 홀리는 위험한 녀석이다.

요괴와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나 금기의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오정. 여자와 도박을 사랑하는 그는 부모와 형제같은, 그 어떤 혈연적 관계의 사람들이나 또는 그러한 관계가 얽혀 빚어낸 사건에 상당한 반응을 보인다. 물론, 오공과 더불은 사고덩어리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복누나를 사랑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일어난 사건으로 숱한 요괴를 죽여 그 피를 뒤집어 쓴 업보로 요괴가 되어버린 팔계. 그토록이나 조용하고 또한 차분하며 따뜻한 팔계가 능력을 제어하기 위해 착용하는 피어스를 빼버리기만 하면 그야말로 돌변을 해버린다. 아픔이 섬세한.. 그런..사람.. 아니, 요괴. 오공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캐릭터이다.

오공을 비롯하여 나머지 세명의 캐릭터는 말로는 도무지 제대로 된 설명과 느낌을 전하기 어렵다. 오직, 만화를 보면서 그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봐야지만 그때야 비로소 이 만화의 진짜 재미에 빠져드는 것이다.

만화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시덥잖은 철학서들 보다, 혹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삼류 소설 보다 훨씬 더 무거운 이야기를 훨씬 더 속 시원히 까발려내는..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그 힘! 만화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최유기에 녹아있는 진짜 재미이고 진짜 매력이다. 최유기를보기 위해 투자한 시간은 결단코 아깝지 않은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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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창비시선 203
허수경 지음 / 창비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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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이란 이름은 들어봤었지만 허수경의 시는 처음 읽었다. 갈색에 가까운 붉은빛, 혹은 검정에 가까운 보랏빛.. 그래, 후자쪽이 내가 느낀 허수경의 시인 것 같다. 지금 내 머릿속을 헤짚은 생각 말이다. 시집 한 권에 담긴 그 시들이, 꼬챙이 하나에 꽃힌 어묵같다고 하면 너무 장난스러울까..? 아직, 어리기만한 나는 작가가 무엇을 보면서 어떤 것을 듣고, 그리고 생각했는지를 이 작은 머리 속에 다 담을 수가 없다는 생각.. 처절하리만치 강하게 들었다.

철저한 금욕과 고찰, 끊이지 않는 생각에서 시가 나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는, 향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도 특별나지 못한, 오히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시인이란 무리의 사람들이 보고 들은 것을 또 다른 언어로 전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자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집을 묻는다'라는 시가, 이 시집에서 작가의 시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작가가 본 것은 무었일까.. 솔직히 나로선 작가의 생각을 어림잡는 것도 매우 힘이든다. 좁고 얕은 나의 생각 속에서 작가가 보고 듣고 그리고 생각한 것은..

허수경이란 사람은, 작가는 어쩌면 고여서 썩기 시작한 웅덩이 속의 달팽이를 본게 아닐까.. 끝이 있는 그 귓바퀴같은 껍질에는 사실 끝이 없는.. 휘돌아 감기우는 그런 무늬가, 그런 그것이 한 장의 사진마냥 우리를 찍어낸 것이 아닐까.. 작가가 보아온 것을 나도 보고 싶다. 작가가 생각해 온 것을 나도 조금 엿보고 싶다. 한권의 시집으로만, 그 '훔쳐보기'를 멈춘다는 것이 사뭇 섭섭하다. 어쩌면,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는 것들을, 조용히 까발라 버린 작가는 용감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추천하는 세 작품은 '여자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집을 묻는다' '아이가 달아난다' '聖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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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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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정말이지 매혹적이지 않는가..! '어두워진다는 것'이라니.. 서점에서 보아도 손을 뻗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사실 '충격'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런 기분이다. '자극'이란 말도 좋겠지만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을 나타낼 재주가 없으므로 그저 '충격'이라고 해 둠이 좋겠다.

사소한 것이 또 다른 사소한 것을 낳고 그것들이 꼬리물고 늘어져 결국에는 심장 한 켠을 쿡- 하고 찌르는 그런 한 행을 만들어 낸다. 쉽게 읽혀 쉽게 들어온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상황이 눈꺼플에 새겨져 잠시 깜빡이는 동안에 환하게 떠오른다. 상당히 기분 좋은 시들이다. 쉽게 다가와 오래 남는다.

세상의 어느 한 모습을 잘라내어 그 처절한 단면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잔인하게 잘라내어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단면이 아니라, 한꺼풀 벗겨내면 보일 그런 맛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쉬이 읽혀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쉽게 와줄 뿐이지, 그래서 오래 남아줄 뿐이지 여과기에서 걸러지는 물처럼 쉽사리 머리에서 가슴을 타고 내려와 새겨지는 것은 아니다. '투명함'은 알겠지만 '투명함'을 볼 수는 없다. 그것들을 다 들여다 보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부드럽게, 그 날카로운 것을 숨기고 있다. 절대 찌르지는 않겠지만, 나는 한없이 찔릴 위험을 안고 있다.

조금만 달리 돌아가 생각해 보면, 그렇다면, 어쩌면 선혈이 흐르는 단면이 아니라 이제는 그 피마저 검게 굳어 파리도 찾지 않을 그런 속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썼던 '환한 아픔'을 왠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알고 싶다. 왠지 나희덕의 시가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月蝕' '일곱살 때의 독서' '돌로된 잎사귀'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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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뿌리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1
김수영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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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위 말하는 글을 쓰는 아이들 중 하나이다. 재능이 출중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쓰고 싶은 욕구를 누르지 못해 쓰기 시작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그야말로 우연찮게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최근, 대체 내가 쓰는 시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그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인가..?
남들이 '슬럼프'라고 말하는 이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예뻐하시는 선생님 한 분이 시인 '김수영'을 말씀하셨다. 그의 시에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이있으리라 말씀해 주신 것이다. 김수영의 시는 풀과 폭포밖에 모르던 나는, 그날로 서점으로 뛰어가 이 책을 사들었다. 과연그랬다. 김수영 그 한 사람의 혼이 담긴 펜 끝에는, 민족의 혼이 담긴 역사가 숨쉬고 있었다. 역사가 머무른다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런...! 40,50,60년대의 그 치열한 시대를 작가는 몸으로 부딪히며 살았다. 그런 경험과 작가의 고뇌하는 생각이 김수영 자신의 펜 속에 고이 스며든 것이다.

흐느끼는, 모로 누워버린 갈대마냥 작가는 시 속에서 울부짖고 흐느낀다. 그리고는 탈진해 쓰러져버렸는지 스스로를 어르고 달랜다. 그의, 송곳의 끝마냥 예리한 영혼은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어느 한 토막을 떠올리게 한다. 찌들어 버린 어느 영혼의 한토막..! 현실속에 안주해 버린, 아니 안주하지 못한채 현실의 대기 중에 흩어져버린 그의 혼. 세상이 어수선한 지금, 다시금 그의 문학론이 빛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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