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기 9
미네쿠라 카즈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최유기는 그 흔하게 나와있는 서유기의 아류작들이라 할 만한 숫한 만화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니컬한 삼장과 심드렁한 오정, 차갑지만 따뜻한 팔계와 핵폭탄 오공. 이 네 사람, 아니 사람과 요괴의 이야기는 단순히 슈퍼보드로 각인되어 있는 서유기에 대한 생각의 틀을 무참히 깨버린다. 총질이 취미이고 말보로 레드 소프트가 없으면 그날의 여자들처럼 신경질적인 삼장은 최고의 승려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어린 시절의 좋지 못한 스승에 대한 기억과 그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온갖 여자 캐릭터의 마음을 홀리는 위험한 녀석이다.

요괴와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나 금기의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오정. 여자와 도박을 사랑하는 그는 부모와 형제같은, 그 어떤 혈연적 관계의 사람들이나 또는 그러한 관계가 얽혀 빚어낸 사건에 상당한 반응을 보인다. 물론, 오공과 더불은 사고덩어리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복누나를 사랑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일어난 사건으로 숱한 요괴를 죽여 그 피를 뒤집어 쓴 업보로 요괴가 되어버린 팔계. 그토록이나 조용하고 또한 차분하며 따뜻한 팔계가 능력을 제어하기 위해 착용하는 피어스를 빼버리기만 하면 그야말로 돌변을 해버린다. 아픔이 섬세한.. 그런..사람.. 아니, 요괴. 오공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캐릭터이다.

오공을 비롯하여 나머지 세명의 캐릭터는 말로는 도무지 제대로 된 설명과 느낌을 전하기 어렵다. 오직, 만화를 보면서 그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봐야지만 그때야 비로소 이 만화의 진짜 재미에 빠져드는 것이다.

만화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시덥잖은 철학서들 보다, 혹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삼류 소설 보다 훨씬 더 무거운 이야기를 훨씬 더 속 시원히 까발려내는..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그 힘! 만화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최유기에 녹아있는 진짜 재미이고 진짜 매력이다. 최유기를보기 위해 투자한 시간은 결단코 아깝지 않은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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