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뿌리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1
김수영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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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위 말하는 글을 쓰는 아이들 중 하나이다. 재능이 출중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쓰고 싶은 욕구를 누르지 못해 쓰기 시작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그야말로 우연찮게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최근, 대체 내가 쓰는 시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그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인가..?
남들이 '슬럼프'라고 말하는 이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예뻐하시는 선생님 한 분이 시인 '김수영'을 말씀하셨다. 그의 시에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이있으리라 말씀해 주신 것이다. 김수영의 시는 풀과 폭포밖에 모르던 나는, 그날로 서점으로 뛰어가 이 책을 사들었다. 과연그랬다. 김수영 그 한 사람의 혼이 담긴 펜 끝에는, 민족의 혼이 담긴 역사가 숨쉬고 있었다. 역사가 머무른다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런...! 40,50,60년대의 그 치열한 시대를 작가는 몸으로 부딪히며 살았다. 그런 경험과 작가의 고뇌하는 생각이 김수영 자신의 펜 속에 고이 스며든 것이다.

흐느끼는, 모로 누워버린 갈대마냥 작가는 시 속에서 울부짖고 흐느낀다. 그리고는 탈진해 쓰러져버렸는지 스스로를 어르고 달랜다. 그의, 송곳의 끝마냥 예리한 영혼은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어느 한 토막을 떠올리게 한다. 찌들어 버린 어느 영혼의 한토막..! 현실속에 안주해 버린, 아니 안주하지 못한채 현실의 대기 중에 흩어져버린 그의 혼. 세상이 어수선한 지금, 다시금 그의 문학론이 빛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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