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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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정말이지 매혹적이지 않는가..! '어두워진다는 것'이라니.. 서점에서 보아도 손을 뻗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사실 '충격'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런 기분이다. '자극'이란 말도 좋겠지만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을 나타낼 재주가 없으므로 그저 '충격'이라고 해 둠이 좋겠다.

사소한 것이 또 다른 사소한 것을 낳고 그것들이 꼬리물고 늘어져 결국에는 심장 한 켠을 쿡- 하고 찌르는 그런 한 행을 만들어 낸다. 쉽게 읽혀 쉽게 들어온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상황이 눈꺼플에 새겨져 잠시 깜빡이는 동안에 환하게 떠오른다. 상당히 기분 좋은 시들이다. 쉽게 다가와 오래 남는다.

세상의 어느 한 모습을 잘라내어 그 처절한 단면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잔인하게 잘라내어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단면이 아니라, 한꺼풀 벗겨내면 보일 그런 맛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쉬이 읽혀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쉽게 와줄 뿐이지, 그래서 오래 남아줄 뿐이지 여과기에서 걸러지는 물처럼 쉽사리 머리에서 가슴을 타고 내려와 새겨지는 것은 아니다. '투명함'은 알겠지만 '투명함'을 볼 수는 없다. 그것들을 다 들여다 보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부드럽게, 그 날카로운 것을 숨기고 있다. 절대 찌르지는 않겠지만, 나는 한없이 찔릴 위험을 안고 있다.

조금만 달리 돌아가 생각해 보면, 그렇다면, 어쩌면 선혈이 흐르는 단면이 아니라 이제는 그 피마저 검게 굳어 파리도 찾지 않을 그런 속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썼던 '환한 아픔'을 왠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알고 싶다. 왠지 나희덕의 시가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月蝕' '일곱살 때의 독서' '돌로된 잎사귀'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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