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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 세상에 무슨 일이? 2
질 칼츠 지음, 이상희 옮김 / 책그릇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세기의 천재라던지, 어떤 한 부분에 대한 천재성을 이야기 한다면 우리는 아주 많은 사람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다방면에서 가장 걸출한 천재성을 드러낸 인물은?"이란 질문을 받게 된다면 누구나 주저함 없이 한 사람의 이름을 외칠 것이다. 그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라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모나리자"라는 걸출한 초상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비단 이 그림 한 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렸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세기의 천재와 또 그가 살았던 - "모나리자"가 태어났던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좁게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에 대한 설명에서 부터 넓게는 아프리카, 중국에 이르기까지 마치 망원경을 눈에 대고 지구본을 돌려가며 살펴 보듯이 그렇게 조망하고 있다. 그런데 그 조망의 폭이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 이후 완전히 다 잊은 줄 알았던 단어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인줄 알고 "그정도" 수준으로 단정지었다가는 책을 읽던 아이에게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메디치 가는 어떻게 300년이나 피렌체를 다스렸어? 왕도 아니잖아!" 혹은 "왜 아프리카 사람들은 노예로 잡혀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심지어 "왜 모나리자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프랑스에 있어?"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아이를 이해시킬 수 있는걸까? - 하는 식의 상황에 봉착하기에 딱인 그런 책인 것이다.
책의 구성은 왠지 낯익은 형태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반질반질하고 고급스런 재질과 총천연의 화려한 그림 및 사진들을 대하는 동안 자연스레 "어린이 버젼의 디스커버리같네"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분문을 중심으로 절반 이상의 시각 자료를 제시하고 있으며, 각 시각 자료에 대해서는 간단한 코멘트로 설명을 집약 및 보충하고 있다. 설명과 보충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법 기특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완전한 설명 없이 참고형으로 제시되는 이런 자료에 대해 "불친절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게 적당한 형태라고 생각된다. 어디까지나 알고싶어하는 욕구란 - 혹은 호기심이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손에 쥐어주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생성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각 자료에 대한 설명 중 핵심인 "모나리자"에 대한 설명에서는 친절한 설명을 갖춘 화집을 연상하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모나리자"가 만들어졌던 시대를 설명 할 때에는 망원경처럼 넓게 훑어준다고 느껴졌던 설명이, "모나리자"라는 핵심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확대경처럼 느껴진다. 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모나리자"라는 초상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여기에는 어떤 기법이 사용 되었고, 그 모델은 누구로 추정하는 중이며, 이 그림에는 어떤 배경이 쓰여졌는지, 처음에는 어떤 재질에 그려졌고, 루브루 외의 곳에서는 어디어디에 전시되었었는지 등등에 이르는 세세하고 자상한 설명들이 책의 후반부에 배치되어 있다. 단순히 "모나리자는 아주 유명한 그림입니다."가 아니라, "모나리자는 이러이러한 그림입니다"를 설명하여 "이런 이유로 모나리자가 유명한 것이구나"라는 결론을 독자 스스로 내릴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가치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책"의 역할이 아닐까.
이 책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등의 익숙한 이름들 외에도 비트루비우스, 스푸마토 등 어린이에게는 다소 어색한 이름들도 등장한다. 때문에 분명 이야기 책 처럼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질문하게 만들고 스스로 뭔가를 찾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아동도서"의 미덕을 갖춘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