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NANA 6
야자와 아이 지음, 박세라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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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와 아이를 처음 안 것은 천사가 아니야를 읽으면서다. 친구의 추천을 받아 읽었던 것인데, 천사가 아니야에서 내 남자 친구 이야기, 그 다음은 파라다이스 키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야자와 패밀리'. 흔히 연예계에서 누구누구 사단이라는 말을 쓰는데, 캐릭터 자체에 생동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야자와 패밀리, 혹은 야자와 사단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특히, 내남자친구 이야기와 파라다이스 키스는 1부와 2부 처럼, 파라다이스 키스가 내 남자친구 이야기의 속편인 만큼 비슷한 내용이 많다. 야자와 학교의 학생이라든지 하는 것등. 슬슬 야자와 아이의 매너리즘에 빠질 쯤 해서 새롭게 접한 것이 바로 나나다. 두 명의 여자가 함께 동거를 시작한다. 타입은 너무나 정 반대이지만 이름은 똑같이 나나다. 항상 그래왔듯, 이번에도 야자와 아이의 만화 코드는 '사랑, 그리고 연애'이다. 마치 세상이 연애와 사랑으로 가득 찬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질리지 않는, 아니 질릴 수가 없는 코드이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야자와 아이의 만화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금방 느낄 수 있는 스토리 전개상의 매너리즘. 이번 나나에서는 얼마나 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소 대로라면 이야기의 절정에 가 있어야 하는 권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야기의 본격적인 궤도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풀어온 이야기 보다 풀어야 할 이야기가 더 많은 그런 느낌이다.

나나와 하치(또 다른 한명의 나나의 별명) 는 타입도 다르고 추구하는 것도 다르고 성격, 생김새. 무엇하나 같은 것이 없다. 이름을 빼면 말이다. 물론 나는 나나의 팬이다. 개인적으로 하치와 같은 인간형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치는 귀여운 사람이다. 잘못을 용서 할 수 있을 만큼 순수하고 착하고 귀여운 사람. 야자와 아이의 만화에 하나씩 꼭 등장하는 그런 사람이다.

이번 만화 나나는 그간 야자와 아이에 나온 여자주인공을 둘로 쪼개놓은 듯한 느낌이다. 순수하고 착하고 그리고 귀여운 반면 가끔씩은 홀로 서려고 노력하는 여자 주인공을 각각의 요소를 떼내어 둘로 만든 것이다. 아마도 내 생각에, 하치의 그 다음 행동들에 따라 어쩔수 없는 야자와 패밀리로 이 만화 역시 굳어지던지, 아니면 야자와 패밀리 자체의 품격을 끌어 올릴지 결정될 것이다.

확실히, 사람 냄새가 풍기는 잔 재미로 가득한 만화다. 사람의 마음이 사람에게 전해지는 기쁨. 재미있는 만화지만, 재미로만 그칠지 아니면 작품으로 올라 설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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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극장 에지 18
유마 안도, 아사키 마사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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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에지를 다시 읽고 있다. 동생 녀석이 조르는 탓도 있지만, 역시 한번만 읽어서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기에는 조금 벅찬 감이 있는 만화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사이코 메트리라는 특이한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나오고, 이 능력을 높이 사는 경찰이 등장해 사건을 풀어간다는 내용의 어떻게 보면 사뭇 간단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제목에서도 풍기듯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내용도 제법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 경찰 수사물이나 추리소설과의 차이라면 차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주요한 관점으로 두는 것은 이런 이야기 구성의 틀도 아니고 주인공의 특이한 능력도 아니다. 가끔씩, 이 만화가 차갑게 나를 찌르는 그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이다.

일본 만화 특유의 등장인물, 그러니까 대단한 오타쿠라든지 혹은 변태적인 인물들이 이 책에는 다수 출연한다. 집착은 하지만 배짱이나 용기는 없는 인물들이다. 왜 갑자기 이런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냐면, 이 인물들은 주인공과는 대단히 다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에지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 정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마약 사범이 덤비는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 정도 역시 기본이다.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100:2의 싸움은 에지와 그의 친구 강천이 어떤 실력인지 알려주는 데에 아주 적합한 예이다.

이런 주요인물 주변을, 혹은 주요인물의 주변인들 근처에서 배회하는 소심한 변태, 혹은 오타쿠들. 만화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범인들의 이면, 사건을 저지르기 전의 모습들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뭔가가 뒤틀린, 혹은 뭔가에 뒤틀린 듯한 그런 사람들.. 고상한 사람들이라면 이 만화를 싫어하게 만들 만큼 많이 나온다.

유충에서 나비가 되는 듯한 변화의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이 아쉽다. 이와 비슷한 과정이 있다. 평소에 너무나 성실한, 혹은 착한 사람들이 잔인한 범죄의 죄인이었을 때, 이 때도 이런 기분이 든다. 결국 이 만화 에지는, 단순한 추리물의 영역을 조금 뛰어 넘어 내면에 대한 성찰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뭇 건방진 만화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읽을 때의 긴장감, 스릴감, 그리고 말 그대로 '재미'가 넘처나는 것은 유쾌하고 즐겁지만, 읽고 난 후의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같은 - 가슴에 추를 하나 달아주는 듯한 그런 만화. 그것이 바로 이 만화다. 봐선 안 될 것 같은 세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안쓰러운 재미와 회백색으로 칠해진 세상을 찍은 그런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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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잘해 33
조운학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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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잘해 33권에서는 큰 스토리 전개가 없다. 이 역시 소년만화의 특징이라 할 수 도 있겠지만 말이다. 잡지에 연재되어 나온 것을 다시 단행본으로 묶어서 출판하는 이와 같은 책의 가장 답답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액션씬이 많은 소년만화에서는 한두권으론 스토리의 별다른 전개가 없기 때문에 기다리다 지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33권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별다른 스토리의 전개는 없다. 새로운 전환점이 생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의 볼거리는 많았다고 생각된다. 먼저, 우리는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대북파 짱 권중락의 실력을 볼 수 있다. HOF의 차기 캡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던 '그놈'로키를 발차기 두어방으로 깨끗하게 클리어 시켰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절대강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이후와 1:1전적을 가지고 있다니 그 실력을 짐작치 못한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볼거리였다.

또, 최고의 폭주족 시스템을 자랑하는 곽신우(?)에게 인사도 안하고 마구 기어 오르다가 이후에게 흠씬 혼난 영웅이도 볼 수 있다. 물론, 이후의 명령으로 신우에게 무릎꿇고 싹싹 빌면서 갖은 자존심 다 구기는 결과를 초래하였지만 말이다..(물론, 이로 인해 또다른 문제가 일어난다) 게다가, 연두의 외도(?) 까지! 33권에서는 이 밖에도 여러 볼거리가 있지만 가중 축이 된다고 느껴지는 것은 충치의 수난시대라는 것이다. 로키에게 깨지고 연두는 외도를 시도중이고.. 여러가지로 옛날의 포커페이스가 아니다.

왠지, 주인공 자리에서 밀려났다고 느껴졌을 때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 이번 33권에서는 상당히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유한이의(반토막) 첫사랑에 대한 열병이라든지 하는 것들... 소년 만화라는 장르 속의 만화 치고는 소녀적 취향도 내재하고 있는 만화라 그런지 그 팬들 중에는 상당수의 여인네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아마, 스토리를 맡고 있는 날라리쌤이 여자임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에서는 큰 스토리 진행이 없다고 해놨지만, 확실히 니나잘해는 다른 싸움밖에 없는 소년만화와는 달리 항상 작은작은 일들이 담겨져 있다. 한권을 빼먹고는 절대 그 뒷권을 볼 수 없는 만화..! 그것이 니나잘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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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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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을 단 한편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그의 오래된 수필집에 대해 몇마디 지껄여 보려는 생각이 든 것은 그의 이 책 한권이 왠지 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실 선생님의 강요(?)로 읽었다. 억지로 책을 떠안기시며 언제까지 읽어오라고 과제를 부여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글을 쓰는 아이인데, 의지와 열정이 부족한 관계로 그나마 좁쌀만큼 보였던 재능을 묻어버리는 경향이 강한 녀석이었다. 그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이 책을 과제로 부여하셨던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지극한 문체주의 작가였다. 사실, 요즘은 책이 아닌 다른 것들 - 영화나 인터넷이나 텔레비젼이 워낙 발전을 했기 때문에 책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마루야마 겐지는 철저한 문체주의를 고수하여 책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나, 나는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대하는 태도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 오롯한 원고료 만으로 생계를 잇는다. 최대한의 절재와, 최소한의 에너지 소모를 통해 그의 생활 대부분을 창작에 쏟아붇는다. 그야말로,인고의 노력으로 끌어내는 그의 문장은 그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그런 기분마저 들게 한다. 이상한 비유가 될지는 몰라도, 인쇄되어 박혀 있는 그 문장 하나하나가 신경이 살아있는 장어구이 토막 같다.

분명 딱 박혀 있는 모습은 '죽었다'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그 문장은 '읽는다'는 단 한가지의 행동을 통해 바로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재능으로는 부족하다. 재능을 뒷받침해 줄 만한, 혹은 그 재능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무시무시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해내면서, 그러면서도 이런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는 그의 모습은 나 스스로를 충분히 반성하도록 만들었다. 모든 수필집이 그렇듯이, 소박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나가는 그 필체는 내용을 앞지르려 하는 작가의 노력앞에서 독자를 작게 만든다. 더불어, 그의 팬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아니, 팬이라는 이름보다는 오히려 추종자라고 해야 할까..? 그의 소설은, 그의 문체는, 그리고 그는 진정한 소설가 - 작가라는 이름으로 분명 대다난 인물이었다. 물론, 그의 책 역시 그를 앞지를 만큼 대단했음은 두 말 할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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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道 - 전5권 세트 상도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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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문학의 태백산맥이라는 둥, 최근의 최인호 문학의 절정이라는 둥 하는 찬사를 받으면서 기세 등등하게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는 상도는 겁없이 드라마까지 도전하여, 여인천하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아빠가 최인호의 팬인 관계로인해, 고3임에도 불구하고 남들 모의고사 준비 할 때 혼자서 열심히 상도를 붙잡고 있었다. 인삼왕 임경옥의 불우했던 젊은 시절부터 상운을 타고 부흥하던 때, 한번씩 한번씩 고비가 찾아 올 때마다 그 고비를 이겨가며 한층 더 많은 부를 쌓고 인덕을 쌓아가던 임경옥의 잘 알려지지 않은 생애를, 소설속에 나오는 소설가가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아 찾아내는 것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꼭, 액자 소설같은 구성인데 5권이나 되는 장편 소설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써나간다는 것 부터가 작가의 역량이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그 액자소설 속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 흡인력! 특히나 송이라는 인물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송이의 나름의 애석한 사랑이야기 보다는, 송이의 역할은 이 애석한 사랑에서가 아니라 후반부에 나오는 천주교 박해에서 더 빛나는 기분이다. 얼핏 보면 상업왕의 이야기에 이 천주교 박해가 왜 나올까 싶기도 하지만,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정말 적절한 소재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나,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천주교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 어떻게 각색되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는 상업의 기술이나, 임경옥의 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임경옥이 상업을 함에 있어 대하였던 자세, 즉 상도에 그 초점이 맞춰져있다. 수많은 CEO전문 서적들이 난립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진짜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뭄상태인 것 같다. CEO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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