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극장 에지 18
유마 안도, 아사키 마사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에지를 다시 읽고 있다. 동생 녀석이 조르는 탓도 있지만, 역시 한번만 읽어서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기에는 조금 벅찬 감이 있는 만화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사이코 메트리라는 특이한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나오고, 이 능력을 높이 사는 경찰이 등장해 사건을 풀어간다는 내용의 어떻게 보면 사뭇 간단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제목에서도 풍기듯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내용도 제법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 경찰 수사물이나 추리소설과의 차이라면 차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주요한 관점으로 두는 것은 이런 이야기 구성의 틀도 아니고 주인공의 특이한 능력도 아니다. 가끔씩, 이 만화가 차갑게 나를 찌르는 그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이다.

일본 만화 특유의 등장인물, 그러니까 대단한 오타쿠라든지 혹은 변태적인 인물들이 이 책에는 다수 출연한다. 집착은 하지만 배짱이나 용기는 없는 인물들이다. 왜 갑자기 이런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냐면, 이 인물들은 주인공과는 대단히 다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에지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 정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마약 사범이 덤비는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 정도 역시 기본이다.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100:2의 싸움은 에지와 그의 친구 강천이 어떤 실력인지 알려주는 데에 아주 적합한 예이다.

이런 주요인물 주변을, 혹은 주요인물의 주변인들 근처에서 배회하는 소심한 변태, 혹은 오타쿠들. 만화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범인들의 이면, 사건을 저지르기 전의 모습들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뭔가가 뒤틀린, 혹은 뭔가에 뒤틀린 듯한 그런 사람들.. 고상한 사람들이라면 이 만화를 싫어하게 만들 만큼 많이 나온다.

유충에서 나비가 되는 듯한 변화의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이 아쉽다. 이와 비슷한 과정이 있다. 평소에 너무나 성실한, 혹은 착한 사람들이 잔인한 범죄의 죄인이었을 때, 이 때도 이런 기분이 든다. 결국 이 만화 에지는, 단순한 추리물의 영역을 조금 뛰어 넘어 내면에 대한 성찰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뭇 건방진 만화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읽을 때의 긴장감, 스릴감, 그리고 말 그대로 '재미'가 넘처나는 것은 유쾌하고 즐겁지만, 읽고 난 후의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같은 - 가슴에 추를 하나 달아주는 듯한 그런 만화. 그것이 바로 이 만화다. 봐선 안 될 것 같은 세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안쓰러운 재미와 회백색으로 칠해진 세상을 찍은 그런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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