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4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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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잡지에서, 너무나 재미있는데도 작가가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하다면서 타박을 받고 있던 만화를 보았다. 그 잡지의 기자가, 이렇게 좋은 캐릭터들을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다면서 작가를 마구 타박하는가 했더니, 어느 순간에는 또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는 드물다면서 만화를 마구 칭찬하고 있던 것이다. 기자에게 이런 평판을 끌어내는 만화가 도대체 어떤 걸까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노다메 칸타빌레'. 음악에는 문외한인 나였기에 처음에는 제목이 뜻하는 바를 알 수가 없었지만 만화의 초장에서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노다메'란 여주인공의 이름이었고 '칸타빌레'란 '노래하듯이'라는 뜻의 음악용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목의 뜻은 '노래하듯! 노다메!'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걸까?

대충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 만화는 음악을 소재로 쓰고 있다. 인물과 재능이 모두 출중한 재원인 치아키. 지휘자를 꿈꾸는 그지만 일본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다. 그는 중증 비행기 공포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작곡도 모두 잘 하는 그지만, 그는 자신의 이런 말도 안되는 병 때문에 그렇게나 열망하는 유럽 유학을 포기해야만 했고, 자신이 다니는 음악학교에서 약간의 회의를 느끼는 중이었다.

그런 그의 일년 후배인 노다 메구미. 모두들 노다메라고 부르는 이 만화의 여주인공은 치아키의 옆집에 살면서 치아키의 일상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치아키가 그녀에게 사랑을 느껴서? 절대 아니다. 사랑은 노다메가 치아키에게 느낀 감정일 뿐, 치아키는 그녀를 피하고 싶어한다. 좋게 말해서 마이페이스, 사실 그대로 말하면 제멋대로인 노다메는 악보도 볼 줄 모르는 피아노과 학생이다. 거장들의 곡을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치는 그녀는, 어쩌면 실은 대단한 재능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의 행동으로 보면 그것은 절대적으로 미지수지만 말이다.

주인공인 두 캐릭터가 이렇게나 화려하다면, 당연히 조연 캐릭터 역시 화려할 수 밖에 없다. 주연을 받쳐주면서, 때로는 주연보다 더 빛나는 것이 조연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캐릭터들을 내세우며, 스토리는 치아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나간다. 분명, 그 기자의 지적대로 작가가 캐릭터들을 100%살리지 못한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작가가 그리는 이야기 보다, 캐릭터들 자체가 보여주는 그들의 특성들, 그들의 매력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자가 말했던 '재미있는 만화'라는 말에는 100% 동의한다. 캐릭터를 다 살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분명 '재미있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흔해 빠진 러브스토리 없이, 스포츠 물에서나 느껴지는 감동의 도가니탕도 없으면서, 그러나 깔끔하고 단백하고 그리고 즐겁게 만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울한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적으로 외치고 싶다. 칸타빌레! 이 만화를 보면서 웃어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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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도 괜찮아 5 - 완결
권교정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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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다섯권이라는 가뿐함이 좋았다. 하지만 그 가뿐함 보다는 너무나 멋진 제목이 좋았다. 유치하고 자극적이고 때로는 선정적이기까지한 제목이 난무하는 요즘에, 이렇게 정직하고 느낌이 좋은 제목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왠지 모를 설레임과 운치마저 살아있다는 것! 내 손을 잡아 끌기에는 충분한 매력이었다. 완결까지 한숨에 몰아 쉬고 생각하는 것은 '평범함'과 '담백함', 그리고 '산뜻함'이다.

인기 절정을 달렸던 드라마 '가을동화' 이후에, 금단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왠지 어디서 봤던듯한 그렇고 그런 작품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때에, 이렇게 산뜻하고 깔끔한 작품을 만난 것은 내 자신의 운이 절정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과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두명의 킹카와 한명의 퀸카가 무리지어 있는, 왠지 장벽이 높아보이는 그들과 그럭저럭 평범한 소녀 이긍하가 만나게 되고, 높은 장벽 저쪽의, 특급 킹카 한강과 이긍하 사이에 묘한 감정이 흐르게 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킹카'라는 말이다. 킹카라는 말이 내풍기는 그런 이미지를 가져서는 안된다. 뻔한 순정만화에서 완벽함 그 자체로 등장하는 그런 녀석들이 가지는 그 킹카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담스러울 만큼 잘생기긴 했지만, 우리의 킹카 한강은 제법 평범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높아보였던 그의 친구들 역시 그저 평범한 내 친구와 다를바 없다고나 할까..?

조금도 허황되지 않게,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풀어가듯 만화는 그렇게 진행된다. 아직은 어린 소년기이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설레임이나 불안감, 내 감정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라든지, 세상을 보는 모습 등이 아이돌을 무기로하는 그저 그런 청소년 드라마보다 훨씬 더 많은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깔끔한 펜선과 늘어지지도, 촉박해 하지도 않는 스토리 전개는 기분을 조금 업시키는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독자를 이 만화가 끝나는 그 곳까지 함께 가게 한다. 격정적이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그러나 그 안에서 충분히 독자를 사로잡는다. 만화 자체가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듯한 그런 기분. 만화를 보면서 스스로도 모르게 어느 순간 조금은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면 믿어질까..? 정말로 사랑스런 캐릭터와 조금의 공허함도 없는 스토리. 분명 이 만화는 '가치'가 있는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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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여아 1
황미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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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황미나 대가의 만화 '레드문'이 18권으로 완결이 되었을 때, 국내 순정만화 중에서는 최장편이라는 기록을 새웠다며 대가의 화실에서는 파티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18권이나 되는 분량을, 그것도 순정만화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만화계의 토양이 척박한 우리나라에서 순정만화는 살아남기 힘든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18권의 대작을 뛰어넘는 권수의 순정만화가 나타났다. 비록, 내용과 노력은 대작에 비할바가 전혀 못되지만, 권수만큼은 열권을 우습게 아는 만화들. 대표적인 작가가 황미리 이고 이 황미리의 최장편이 바로 열혈여아다. 제목에 열혈이란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이것을 절대 무협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저, 싸움을 즐기는 여자아이라는 단순한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황미리 만화에서 여주인공이 싸움을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사랑SOS란 만화에서의 여주인공은 일본의 학원 무림계를 평정한 여제였다.)

만화는 몇개의 포인트에 맞춰 돌아간다. 첫째는, 혼이 바뀐다는 설정. 두번째는 여주인공의 변치않는 단숨함. 셋째는 잘나가는 남자주인공들이 여자주인공에게 목을 메어 처절하게 변한다는 설정. 대단히 진부하면서도 순정에서는 빼놓을 수가 없는 고전적인 설정아래, 24권이나 되는 만화를 그려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로 독자를 괴롭히는 일이다.

열혈여아의 경우는 이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크게 세 단락으로 나눌 수 있는 이 만화는 처음에 혼이 바뀌었던 부분과 또 다시 혼이 바뀌면서 과거의 일을 잊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걸 다 알고 일이 생겨나는 부분인데, 두번째 단락까지는 내용이 지루하지 않았고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황미리표 만화는 유치함의 극치이다'라는 말을 어느정도 깰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했기에, 작가가 공을 들였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세번째 단락이었다. 처음에 만화를 읽으려 했을 때 주변에서 '끝이 좀 이상해'라는 말을 들었지만, 나 스스로가 매니악한 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말은 간단히 무시했다. 사실, 남들이 말했던 만큼 이상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좀 얼토당토 않고, 뭔가 좀 대중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독자인 나로서는 느낄 수 없는 여주인공의 매력에, 잘난 남자캐릭터들이 너무 깊이 빠져버리면서 목숨을 내놓는 혈기를 불사지르게 된 것이다.

만화 초반에 혼이 바뀌는 부분부터 저승사자 '모야'란 캐릭터를 등장시켜 나름의 복선을 깔고 있었는데다, 만화의 돌아가는 모양새가 '안봐도 다 안다'는 식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대단한 엔딩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목숨까지 걸면서 불사질렀던 혈기에 비해서는 너무 쉽게 엔딩에 도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황미리 만화 특유의 여주인공과, 주인공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남자 주인공. 그리고 철저하게 악역만을 위해 태어난, 그야말로 악역. 캐릭터의 색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반전의 재미는 없었다. 스토리와 재미에 비해서는 권수가 좀 길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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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퇴마단 1
한유랑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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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서 알바를 하다보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뻔질나게 대여해가는 책이 있다. 이 책 학원퇴마단이 그런 책, 뻔질나게 빌려가는 책의 대표자 격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어느날부터, 책방과 서점가에 들어선 일련의 시리즈물. 비정상적일 정도로 큰 판형의, 만화방용으로 보이는 순정만화계열의 책들을 대표하는 책이라고도 말 할 수 있다. 한유랑과 황미리의 양대산맥을 구축하는 그 시리즈물인 것이다. 거창한 설명은 여기에서 접고, 정말로 책에 대해 말해보자면, 난 대중적인 취향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여덟권 완결이라는 가뿐함에 사로잡혀 읽었지만, 읽는 내내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과, 읽은지 일주일이 채 안된 오늘, 엔딩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것을 보면 이 책은 내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매니악함과 비 대중성이라는 화두를 던지게 하는 책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퇴마단이라는 제목처럼, 분명 만화 속에 퇴마단이 나오지만, 애정의 삼각관계에 휩쓸려 버린 그런 퇴마단이다. 이마상의 백귀야행같은 그런 류의 퇴마적 이야기나, 혹은 퇴마침 마살노트와 같은 퇴마적 이야기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접하지 않아야 할 퇴마단의 이야기라고 하겠다. 퇴마단이라는 것은 캐릭터들의 애정행각을 풀어나가기 위한 일종의 소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소재라고 하여도, 이 책에서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퇴마라는 것 보다는 학원이라는 말일 것이다. 푸릇푸릇한 귀여운 학생들의 알콩달콩한 애정행위. 애증도 그다지 애증같지 않은, 깜찍한 질투로 밖에 비쳐지지 않음을 대함에 있어, 나는 내가 어둡고 심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하고, 해피한 결말을 좋아하는 열혈 순정만화의 매니아들이라면 권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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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아이 1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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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미 레이코라는, 왠지 우리나라의 이미라 작가와 맞먹을 정도의 블론드를 그리는 작가를 익히 들어오던 터였다. 콜렉션이라 이름 붙여진 시리즈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다수의 팬을 가진, 파워있는 작가라고도 생각했다. 그렇다. 말 그대로 생각만 했다. 그녀의 작품을 읽는 다는 것이 제법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왠지 칙칙하고도 우울해 보이는 만화를 대함에 있어 나는 내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블루톤의 재미보다는 옐로우톤의 재미를 추구하고 싶었달까..? 하지만, 달의 아이라는 작품의 이름만은, 나의 이런 개인적 취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고전에 대한 예의라는 심정으로, 결국에는 이 책에 손을 뻗게 할 만큼 말이다. 만화를 읽고 생각한 것이라면,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잘 어울리는, 그런 제목이었다. 어감에서도, 내용면에서도, 캐릭터를 나타내는데 있어서도 이 제목만큼 잘 어울리는 것을 찾기 힘들 것이다. 달의 아이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 모티프를 두고 있는 듯 하다. 주요 배역 다섯 명 중에 한 명만이 사람이고, 나머지 넷이 사람이 아닌 인어라는 점에서 볼 대 그러하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의 만남이 폭풍우가 몰아친 후의 바닷가였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인어라는 일종의 이종생물을 설정해 두고 있는 것 뿐이다.

주요 인물 다섯 - 인간인 아트, 세 쌍둥이인 벤자민(지미)과 세쯔와 틸트. 그리고 이 세 쌍둥이와 뭔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쇼너. 아트를 제외하면 모두 인어이다. 동화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와 왕자의 사랑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처럼 이 만화에서도 역시 두 이종간의 사랑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인어공주 이야기 때문이다. 만화 속에서도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인어들은 말한다. 이 동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고 말이다. 만화 속에서의 동화 인어공주는 그들의 윗세대에서 있었던 인간과 인어의 사랑에 관한 잘못된 진실이 전설이 되어 동화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이 만화의 내용이 만만찮음을 느낄 수 있다. 이종간의 사랑과, 지구의 환경 파괴와, 인간으로 인한 재해, 그리고 역사적인 인류 발전의 순간들을 소재화 하면서 인간 사이의 감정에 대한 섬세한 터치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애정과 증오로 얽힌 세 쌍둥이 속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인간 개인의 소외감에 이르기 까지 인물들 하나하나에 대해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배려 속에는 사랑에 관련된 여러 감정들 - 애정과 질투와 증오 등이 모두 녹아 있다. 복잡하지만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가슴아픈 해피엔딩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결말 역시 진한 여운을 주고 있다. 열 세권 전체를 읽는 동안, 내 취향이 아니야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 책 속에서 밖에 찾을 수 없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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