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도 괜찮아 5 - 완결
권교정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다섯권이라는 가뿐함이 좋았다. 하지만 그 가뿐함 보다는 너무나 멋진 제목이 좋았다. 유치하고 자극적이고 때로는 선정적이기까지한 제목이 난무하는 요즘에, 이렇게 정직하고 느낌이 좋은 제목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왠지 모를 설레임과 운치마저 살아있다는 것! 내 손을 잡아 끌기에는 충분한 매력이었다. 완결까지 한숨에 몰아 쉬고 생각하는 것은 '평범함'과 '담백함', 그리고 '산뜻함'이다.

인기 절정을 달렸던 드라마 '가을동화' 이후에, 금단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왠지 어디서 봤던듯한 그렇고 그런 작품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때에, 이렇게 산뜻하고 깔끔한 작품을 만난 것은 내 자신의 운이 절정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과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두명의 킹카와 한명의 퀸카가 무리지어 있는, 왠지 장벽이 높아보이는 그들과 그럭저럭 평범한 소녀 이긍하가 만나게 되고, 높은 장벽 저쪽의, 특급 킹카 한강과 이긍하 사이에 묘한 감정이 흐르게 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킹카'라는 말이다. 킹카라는 말이 내풍기는 그런 이미지를 가져서는 안된다. 뻔한 순정만화에서 완벽함 그 자체로 등장하는 그런 녀석들이 가지는 그 킹카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담스러울 만큼 잘생기긴 했지만, 우리의 킹카 한강은 제법 평범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높아보였던 그의 친구들 역시 그저 평범한 내 친구와 다를바 없다고나 할까..?

조금도 허황되지 않게,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풀어가듯 만화는 그렇게 진행된다. 아직은 어린 소년기이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설레임이나 불안감, 내 감정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라든지, 세상을 보는 모습 등이 아이돌을 무기로하는 그저 그런 청소년 드라마보다 훨씬 더 많은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깔끔한 펜선과 늘어지지도, 촉박해 하지도 않는 스토리 전개는 기분을 조금 업시키는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독자를 이 만화가 끝나는 그 곳까지 함께 가게 한다. 격정적이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그러나 그 안에서 충분히 독자를 사로잡는다. 만화 자체가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듯한 그런 기분. 만화를 보면서 스스로도 모르게 어느 순간 조금은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면 믿어질까..? 정말로 사랑스런 캐릭터와 조금의 공허함도 없는 스토리. 분명 이 만화는 '가치'가 있는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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