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아이 1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1월
평점 :
품절


시즈미 레이코라는, 왠지 우리나라의 이미라 작가와 맞먹을 정도의 블론드를 그리는 작가를 익히 들어오던 터였다. 콜렉션이라 이름 붙여진 시리즈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다수의 팬을 가진, 파워있는 작가라고도 생각했다. 그렇다. 말 그대로 생각만 했다. 그녀의 작품을 읽는 다는 것이 제법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왠지 칙칙하고도 우울해 보이는 만화를 대함에 있어 나는 내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블루톤의 재미보다는 옐로우톤의 재미를 추구하고 싶었달까..? 하지만, 달의 아이라는 작품의 이름만은, 나의 이런 개인적 취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고전에 대한 예의라는 심정으로, 결국에는 이 책에 손을 뻗게 할 만큼 말이다. 만화를 읽고 생각한 것이라면,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잘 어울리는, 그런 제목이었다. 어감에서도, 내용면에서도, 캐릭터를 나타내는데 있어서도 이 제목만큼 잘 어울리는 것을 찾기 힘들 것이다. 달의 아이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 모티프를 두고 있는 듯 하다. 주요 배역 다섯 명 중에 한 명만이 사람이고, 나머지 넷이 사람이 아닌 인어라는 점에서 볼 대 그러하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의 만남이 폭풍우가 몰아친 후의 바닷가였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인어라는 일종의 이종생물을 설정해 두고 있는 것 뿐이다.

주요 인물 다섯 - 인간인 아트, 세 쌍둥이인 벤자민(지미)과 세쯔와 틸트. 그리고 이 세 쌍둥이와 뭔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쇼너. 아트를 제외하면 모두 인어이다. 동화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와 왕자의 사랑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처럼 이 만화에서도 역시 두 이종간의 사랑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인어공주 이야기 때문이다. 만화 속에서도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인어들은 말한다. 이 동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고 말이다. 만화 속에서의 동화 인어공주는 그들의 윗세대에서 있었던 인간과 인어의 사랑에 관한 잘못된 진실이 전설이 되어 동화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이 만화의 내용이 만만찮음을 느낄 수 있다. 이종간의 사랑과, 지구의 환경 파괴와, 인간으로 인한 재해, 그리고 역사적인 인류 발전의 순간들을 소재화 하면서 인간 사이의 감정에 대한 섬세한 터치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애정과 증오로 얽힌 세 쌍둥이 속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인간 개인의 소외감에 이르기 까지 인물들 하나하나에 대해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배려 속에는 사랑에 관련된 여러 감정들 - 애정과 질투와 증오 등이 모두 녹아 있다. 복잡하지만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가슴아픈 해피엔딩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결말 역시 진한 여운을 주고 있다. 열 세권 전체를 읽는 동안, 내 취향이 아니야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 책 속에서 밖에 찾을 수 없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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