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6.
강변 테크노마트 다녀오다.
원래는 '다리퐁 모단걸'보려고 했다가
집에 갈까 하다가
아니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까 하다가
결국 간 곳은 강변 테크노마트.
테크노마트에 딱 들어가서 매장을 걸으니,
'내가 얼마짜리로 보일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로지 구매와 판매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
그 안에서 사람은 오로지 '돈'하나로만 평가되지.
자신의 것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
무서웠다.
아직 내가 덜 약아서일까.
그런 모습이 인간적인 모습은 아니잖아.
그래서
몸보다 마음이 더 먼저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난 항상 서울 사람이 되지 못해서 아쉬워하지만.
뚝섬유원지를 resort로 부르는 정서에는,
테크노마트에서처럼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변환해서 따지는 정서에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테크노마트에서 배운 것도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외로워하는구나.
그래서 감성마케팅이니 하는 것이 유행하는구나.
라는 걸 느꼈다기보다,
조금 우습지만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긴 했구나.
예전같으면 팔리지도 않았을 앤틱이나 빈티지 같은 것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유형의 디자인소품들이 당당히 진열되어있고
또 잘 팔리고 있으니.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까지 등장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러한 경향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10년 전의 잡지에도, DIY가 실려있었으니. 빈티지가 있었고, 앤틱제품이 있었다.
그런 어떤 일련의 정서가 2007년 현재 보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거지.
그 배경에는 사람들의 심리(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심리, 좀 더 고급스러워지고 싶은 마음)를 비롯해서
이제 살만해지니까 좀 아등바등하게 안 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도 있을거고
뭐, 이렇게 단편적으로밖에 분석하지 못하겠다.
복고풍이 다시 유행하는 것은,
아련한 예전의 추억 때문도 있지만
지금보다는 과거가 아름다웠다고 여기는 막연한 감정 때문도 있을거고
과거에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손해보는 느낌에 대한 보상도 있을거다.
왜, 돈 갑자기 번 사람이 그동안 서러웠던 것 때문에 더 돈을 막쓴다고들 하잖아.
또 두서없는 말이었고,
결론은
테크노마트는 비인간적인 공간이라는 것.
물신주의를 그대로 표방한 공간.
그 높은 건물은(뭐 10층밖에 안되지만.)
신을 향해 다가간 바벨탑처럼,
돈을 향해 다가가는 성전같았다.
그렇지만
뭐 테크노마트만 그럴까.
다른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도 마찬가지지.
참, 서울. 삭막하다.
아무리 각종 건축기법으로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아도
박제된 아름다움같이만 느껴진다.
-지금은 사고능력이 많이 저하되어있는터라, 나중에 다시 보충해서 올리겠음.(잊지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