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다른 이의 손을 잡고 걷는 그를 보면서 점심도 먹지 않고 울던 때가 있었지. 그 후로 얼마간 서먹한 사이로 지냈지만 어느 샌가 다시 가까워졌어. 여전히 그 옆엔 그 때 그녀가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젠 정말 친구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몰래 이상한 생각을 하곤 했나봐.
혹시라도 그가 지금 그녀와 헤어지지는 않을까
그와 키위를 깎아먹다가 그녀가 키위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그 후로 키위를 한 번도 먹지 않았어. 그와 이야기를 할 때면 그녀 이야기를 무심한 듯 일부러 꺼내. 나와 당신 사이엔 그녀가 있어요, 라는 투.
몇 번인가, 혼자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라도 헤어진 건 아닐까 생각했어. 그리고 나와 밥을 먹고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아니었지. 지금까지도.
그는 그녀를 정말 사랑하고,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리는데. 나도 괜찮은데. 왜 내 마음은 이럴까. 만일 정말 그가 헤어진다 해도 내게 올 것도 아닌데, 왜 난 그가 헤어지길 바랐던걸까. 나와 함께 행복하길 바랐지. 하지만 그건 이미 늦어버린 이야기야. 벌써 2년 전 이야기인걸.
미련이 있는 건 아니야,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이렇게 지내는 게 나쁘진 않아. 하지만 가끔 그가 날 떠보는 듯 이야기할 때 난 흔들리고 주저앉고 말지.
아무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