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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이 기가 세요 - 유쾌한 여자 둘의 비혼 라이프
하말넘많 지음 / 포르체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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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비하인드 영상에서 서솔 님이 예상했듯, 두 시간 가량 걸려서 완독! 즐겨보는 유튜버 하말넘많의 에세이 《따님이 기가 세요》 가 출간됐다. 일요일 오후 느즈막이 카페로 가서 조금씩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읽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비하인드 영상을 참고해서 말하자면, 파트1 ‘왜?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은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이 시작되기 전 두 사람의 (페미니즘 각성) 이야기를 담았고, 파트2 ‘여성을 위한 미디어를 만듭니다’는 ‘하말넘많’의 콘텐츠 이야기, 파트3 ‘전국 비혼 궐기 대회’는 채널과 관련되지 않아도 ‘비혼’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각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파트4 ‘우리는 함께 내일로 간다’는 채널의 미래와 개인의 미래를 위해 ‘하말넘많’이 하고 있는 것과 준비하고 있는 것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솔 님과 강민지 님이 기억하고 있는 서로의 첫인상은 무엇인지,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소울메이트처럼 보이는 두 사람도 싸울 때가 있는지, 구독자들은 이러한 질문들을 마치 아이돌 팬덤이 관계성 덕질을 하는 것처럼 수없이 질문하곤 했다. 유튜브 콘텐츠를 지켜보면서 나 역시 궁금했던 부분이었고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담백한 하말넘많의 담백한 대답 때문에 해당 질문들은 그냥 공중분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책에서도 말했듯 무뚝뚝한 경상도인 강민지와 더 무뚝뚝한 비경상도인 서솔의 만남이어서일까. 그들은 서로를 지나치게 추켜세우거나, 인생의 친구 혹은 평생의 동반자라는 식으로 닉네임을 달아 부담을 지우지 않았다. 코드가 잘 맞는 ‘친구’ 반, 능력을 보완해주는 ‘비즈니스 동료’ 반의 비율을 알맞게 섞어 맛있는 음료처럼 혼합한 사이구나 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래서 더 좋아보이기도 했고.

그런 그들이 활자를 만나니 살짝 간지러워졌다. 구독자 입장에선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이 역시 즐거운 일면이다. 목차 ‘어차피 결론은 서솔’에선 강민지 님이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입밖으론 내지 못했던 ‘인생 2회차 같은 책임감과 카리스마를 지닌’ 서솔을 향한 무한신뢰를 엿볼 수 있다.(“사실 그냥 친구이기만 할 때보다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지금이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점점 전국 내 친구 자랑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차피 결론은 서솔이다.”/비하인드 영상에서 서솔 님도 “강민지에게서 이런 말을 처음 들어봤다”고 말하더랔ㅋㅋㅋㅋ) 또한, 서솔 님이 곰곰이 기억을 끄집어 낸 끝에 결론지은 ‘참지 않는’ 강민지 님의 첫인상도 알 수 있다.(“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강민지의 첫인상은 이렇다. ‘아무도 대항하지 못하는 남학생을 비판하며, 그것을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웃긴 애.’”)

이들의 탄탄한 관계가 다시 한 번 부럽다고 느껴질 즈음, 마치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서솔 님은 세상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살아갈 많은 날들에 다양한 일과 인연이 생길 거라고 우리의 앞날을 응원해준다. 내가 20대의 끝자락, 취업을 위해 등록했던 학원에서 마음 맞고 뜻이 맞는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난 걸 떠올리면, 확실히 이 응원은 어물쩍 넘어가려는 사탕발림이 아니다. 경험에서 나온 진심이지.

책을 통해 그들은 탈코르셋의 의미를 강조하고, 부업을 권장하며, 욜로를 경계한다.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기까지 겪었던 치욕의 경험들도 털어놓고, 페미니스트 후드 하나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던 과거의 심경을 밝히고(서솔 님이 강민지 님의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처럼 보이는 그 후드를 보며 표정관리를 했을 생각을 하닠ㅋㅋㅋㅋㅋ 그야말로 웃프다.), (자신의 몸보다 크고 값비싼 카메라 장비를 몰며 숏컷 머리를 했던) 어릴 적 롤모델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책은 출판 계기가 된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치열한 콘텐츠 제작기이기도 하다. 16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하말넘많’은 2018년 5월 ‘바바리맨은 성범죄자’ 영상으로 처음 시작하여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과 여성 커뮤니티의 입소문으로 4일 만에 구독자 5천 명을 돌파하고(나도 알고리즘으로 초창기 ‘하말넘많’을 알게 되었다.), 9월 초엔 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로 성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작년엔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으로 잠시 채널을 숨긴 채 휴식 시간을 가져야만 했지만, 반강제로 시작했던 휴식이 그들의 몸과 마음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재정비 시간이었다며, 사실 많이 지쳐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문득 생각날 때마다 유튜브 검색창에 ‘하말넘많’을 검색해보곤, ‘아직이구나. 잘 싸우고 그냥 돌아오기만 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던 나날이 떠오른다. 지금도 ‘하말넘많’ 채널의 많은 동영상들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비공개 처리가 된 채 돌아오지 못했고, 시답지 않은 어그로와 비방으로밖에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줄 모르는 사람들은 ‘하말넘많’의 외모를 지적하며 아직도 그 유치한 성별 타령을 해댄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싸움, 최전방에서 경계 태세를 갖춘 채 꼿꼿이 현실을 바라보고 앞서 목소리를 내는 일. ‘하말넘많’이 스피커를 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사실, 앞서 말했듯이 다시 돌아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책 많이 파시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돈 많이 버셔서 왕 큰 스피커 사시면 더욱 고맙겠지만요.(^^)/ (강제 아님)(협박 아님)

여성들이 직접 할 수 없는 작업은 어차피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한 수준의 공사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굳이 그 정도 효율 때문에 집안에 남자를 두어야 할까 의문이 드는 것이다. (살면서 생각이 바뀌면 그때 다시 집필하여 정정하겠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궁금한 것은 유튜브에 모두 있으니, 내 인생의 동반자는 전동 드라이버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결국 ‘비혼 여성’을 키워드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우리에게 메일로 ‘탈페미’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은 익명의 구독자에게만큼은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당당히 우리 앞에 여성을 붙이고도 나아갈 수 있음을.

돈을 들여 해외에 나가서까지 내 신체를 파편화하는 것. 에펠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에펠탑을 등지고 앉아있는 내 허리의 굵기와 머리카락의 놓임새를 살펴보는 것. 모두 내가 나 자신에게 열심히 했던 일이다. 내가 에펠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곳에서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20대 중반에 다녀온 두 달 간의 유럽 여행의 기억이 흐릿하다. 인생샷을 찍고 싶어했던 여행지에서는 특히 그렇다. 도시의 모습이 기억나기보다는 파리의 센강 앞에서 찍었던 사진만 남아있을 뿐이다. 물론 그것을 실패한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야 내가 진정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깨달았다. 2019년이 되어서야 진정한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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