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한국을 다녀 가다

지난 18,19일 이틀에 걸쳐 폴 크루그먼 교수가 한국을 다녀갔다. 크루그먼은 이번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에 빌 클린턴과 함께 참석하여 세계 경제의 미래에 관해 연설을 했다. 간단한 인터뷰 혹은 사인본이라도 건져볼까 하는 md의 입장도 있었지만, 경제학을 공부하던 학창시절 마냥 호감갔던 분이었기에 그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으나 여지가 없는 짧은 일정이었다.

그러나 때마침(아마도 출간일을 맞춘 듯) 아쉬움을 달래줄 책들이 출간되어 짧게나마 소개하려고 한다. 한 권은 5월 3주 알라딘 '편집장의 선택'에 추천된 <불황의 경제학>(세종서적)이고 다른 한 권은 앞의 책이 없었더라면 좀 더 주목받았을 <경제학의 진실>(황금사자)이다.


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 세종서적


노벨상 수상 후 집필한 첫 책

<불황의 경제학>의 원제는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 이다.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 이 책은 지난 1999년에 출간된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의 개정,증보판이다. 한국판 제목은 <폴 크루그먼의 불황경제학>(세종서적)이었고 부제는 '세계경제위기 분석과 경고'였다. 아마도 잊혀졌을 부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경제위기'라는 정황이 구판과 신판 사이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명히 '분석'하고 '경고'했음에도 되풀이되는...)


크루그먼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되고 한 달 후인 2008년 11월에 미국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은 2008년을 강타한 새로운(?) 금융위기에 대한 내용을 상당부분 추가했다. 그리고 구판에서 주로 다루었던 아시아, 남미, 러시아의 금융위기 관련 내용은 그대로 두는 대신 에필로그 형식으로 그 경과에 대해 짧막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사실 아마존 서평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로서, 10년 전 책으로 재탕하려 하는가?'와 같은 반응들도 있다. 아마도 십중팔구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비록 완전한 신간은 아니지만 크루그먼은 짧지만 굵게 10년의 세월을 보상하고 있다. 때문에 아직 구판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라면 '원래 1999년에 나왔던 책이라며?'라는 생각은 제쳐두고 이 <불황의 경제학>을 선택하면 되겠다.

크루그먼이 말하는 이 책의 스타일

" 경제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을 종종 괴롭히는 유혹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나치게 위엄을 부리고자 하는 경향이다. 특히 중요한 주제일수록 그렇다. 지금 우리의 주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소위 전문가들이 심각한 주제는 반드시 심각하게 접근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새롭고 생소한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들을 '갖고 놀'(play)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 그러니 어렵고 심각한 글을 기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물론 이 책은 진지한 책이다. 그러나 글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재미와 유치함이 필요할 수도 있다." - 폴 크루그먼, '들어가는 말' 중에서


경제학의 진실
폴 크루그먼 지음 / 황금사자



10년이 흘러도 변함 없는..

다음에 소개할<경제학의 진실>은 1996년에 출간되었던 책으로 원제는 'Pop Internationalism'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에 <팝 인터내셔널리즘>(한국경제신문)으로 출간되었으나 수 년 전에 절판되었었다.) 원제로부터 이 책이 뭔가 세계화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목을 '세계화의 진실'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책을 펼쳐보니 크루그먼의 다른 책들보다 조금 더 경제이론서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굳이 비슷한 '과'를 언급하자면 <경제학의 향연> 정도)

< 경제학의 진실>은 크루그먼이 90년대 중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사이언스'와 같은 학술지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며,  넓게는 세계화, 좁게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같은 국제무역과 제3세계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왠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생각난다)
책 중후반부에는 NA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멕시코시티에서의 연설문도 수록되어 있는데,  원서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클린턴과 이번 방한때 동행했다는 사실이 왠지 흥미롭다.

케인스 이후 가장 글을 잘 쓰는 경제학자

"대개 국제경제 현상과 관련된 주제들은 경제학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로서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의견들이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로 제시되는 덕분에 경제학자들과 직업적으로 경제를 관찰해 온 사람들만이 이를 둘러싼 논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만큼 대중들과 괴리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제학의 어렵고 생소하던 부문이 크루그먼의 뛰어난 글솜씨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열린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현대경제연구원 예상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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