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을 다시 날게 하라 - 코드 레드에서 코드 그린으로

퓰리처상 3회 수상에,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와 같은 쟁쟁한 저서들로 유명한 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신작 <코드 그린>이 출간되었습니다. 원제를 그대로 쓰면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인데요, 뭔가 강력한 임팩트가 없어서인지 본문에 나오는 '코드 그린'이라는 제목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때마침, 오바마가 차기 행정부에서는 '녹색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하여 이 책은 '오바마시대의 핵심 코드를 읽는다'는 컨셉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나는 미국이 자국의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계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보다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와 시스템, 에너지원과 윤리를 창출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당신이 미국을 좋아하든 혐오하든 미국의 힘을 신뢰하든 불신하든, 뜨거움과 평평함과, 붐빔의 결합은 매우 만만치 않은 난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미국의 실질적인 개입 없이는 의미 있는 해결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분들도 분명 계실겁니다. 미국이 앞장서서 '그린 혁명'을 이룩해 내야 한다는 것이 사실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리드먼의 말처럼 이제 세계는 '에너지기후시대Energy-Climate Era'에 돌입한 것이 사실이며, 녹색 성장 역시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닌만큼 (논조와 무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때론 날카롭게 때론 위트있게, '녹색'이라는 시대의 코드에 관하여 이만한 분량(580페이지)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현재 프리드먼 외에 또 누가 있던가요. 

개인적으로는 요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다시 읽고 있는데요(코드그린을 제쳐두고;;), 프리드먼의 재치있는 글솜씨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속된말로 하자면, "어찌 그리 말을 잘 갖다 붙이는지")  세계를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대립으로 해석하질 않나, 평평하다고 하질 않나, 이제는 뜨겁고 붐비기까지 하다네요.ㅎㅎ

"그린 혁명에 대한 프리드먼의 통찰력은 깊고, 상상력은 풍부하며, 실천전략은 구체적이다. 미래에까지 지속가능한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정책 입안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추천사에서..)


<월드 체인징> 역시 '그린'이라는 코드로 충만한 책입니다. www.worldchanging.com에 들어가보시면 알겠지만, 월드 체인징은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공동체입니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친환경', '지속가능한 성장', '웰빙'과 같은 말로 압축된다고 하네요. 이 책은 이러한 '월드체인저'들이 사이트에 자유롭게 올린 글 가운데 알짜들만을 모아 엮은 것입니다.

왼쪽 그림을 보시면, 가운데의 새 이미지를 제외하면 원서 표지와는 완전 다르게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국내서 표지가 눈에 확 띄고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점은 좋지만 책의 컨셉인 '녹색'과 '자연'을 강조한 원서 표지에 끌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코드 그린>이 녹색 성장의 당위성을 역설한 책이라면 이 <월드 체인징>은 그러한 실천과 노력의 가능성 혹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장'이 될 법한 책입니다. 물질, 주거, 도시, 지역사회, 비즈니스, 정치, 지구라는 큰 주제에 걸친 99가지(목차 직접 세어봤음; 그것도 혹 100개가 아닐까 하고 두 번이나;) 아이디어가 담겨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의 추천사가 눈에 확 띕니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효과가 이미 입증된 해결책들, 그리고 혁신적이면서 새로운 해결 방법들, 또 아직 시도되지는 않았지만 대담한 해법들을 한데 모아 요약한 책이다."

'이 책의 사용법'이라는 챕터도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여기에 나오는 정보들을 읽고 그것들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됩니다.
물론 미래 예측도 계속 됩니다. (탈레브는 예측 따위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2018, 인구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좀 더 멀리, 10년 후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탈레브의 말처럼 예측 불가능한 '검은 백조'는 이 책에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10년 후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유행할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 핵심은 책 제목에서와 같이 '인구변화'에 있다고 말합니다. '인체 장기의 부품화', '물 비즈니스'와 같은 익숙한 것에서부터 '코리안 슬로비족', 'Why 세대'와 같은 생소한 개념들까지, 총 44개의 미래 트렌드가 실려있습니다.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의 <2009 트렌드 키워드>는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또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여 수록한 책입니다.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을 총 망라하는 240개의 키워드 가운데 80여개는 전작 '2008 트렌드 키워드'에서 약간 수정, 보완하여 수록되었고, 나머지 160여개는 새롭게 소개되는 것들입니다. ('미네르바'도 핵심 키워드로 소개되고 있다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박영숙씨의 책입니다. 박영숙 대표는 <유엔 미래 보고서>로도 유명하지요. 1장 '미래를 주도할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편에 수록되어 있는 아홉 가지 '망한다' 코드가 재미있습니다. 지금처럼 미국만 따르다가는 망하기 쉽다, Y세대의 자아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면 망한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지 않으면 망한다 등등... 

<부의 재편>은 지난 10월 14일부터 3일간 열렸던 '제9회 세계지식포럼'을 결산하는 리포트 형식의 책입니다. 세계지식포럼은 매일경제신문사가 지난 2000년부터 주최해 온 세계적 석학, 글로벌 리더들의 모임으로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는 명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고 하네요. 올해 참여자들의 면면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경영학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석좌교수, <설득의 심리학>의 로버트 치알디니, <포지셔닝>의 잭 트라우트, 2007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릭 매스킨, 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 더글러스 패긴 골드만삭스 회장 등 정말 이토록 화려한 인물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설레입니다. 포럼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죠.

패닉, 패닉, 패닉,...
그나저나, 경제 전망은 온통 패닉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2009년에 과연 '희망'은 있는 걸까요.

<라이어스 포커>로 유명한 마이클 루이스(야구광들에게는 <머니볼>로도 유명하죠)의 신작 <패닉 이후>는, 원제가 'Panic: The Story of Modern Financial Insanity'이고 마이클 루이스 '지음'이 아니라 '편저'라는 점을 우선 상기해야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기사 선집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1987년 블랙먼데이부터 소련의 붕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닷컴버블을 거쳐 현재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이르는 일련의 경제, 금융 사건들에 대한 세계적 석학들의 칼럼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위기가 찾아오고 이를 극복하는 모습이 당시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의미에서 -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친절하게도 마이클 루이스는 잊혀졌던 과거의 글들을 꺼내어 우리들에게 건네주고 있는데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을 비롯하여, 제프리 삭스, 밀튼 프리드먼, 레스터 서로우 등 쟁쟁한 석학들의 글들을 싣고 있어, '경제 칼럼 베스트 컬렉션 1987-2008'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굳이 제목을 패닉 '이후'로 정한 속내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이죠. 

<패닉, 1907년 금융공황의 통찰>은 원제 'The Panic of 1907: Lessons Learned from the Market's Perfect Storm'을 거의 그대로 옮긴 제목이네요. 국내에서는 <패닉 이후> 다음에 출간되어 왠지 따라한 느낌이 들지만, 미국에서는 <패닉 이후>보다 1년 전에 나온 책입니다. 1929년 세계대공황, 1987년 블랙먼데이에 비해 1907년의 금융공황은 일반인들에게 왠지 생소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세계 금융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역사는 반복된다' 컨셉이라 할 수 있겠네요. 


 

<글로벌 위기 이후>와 <토털 쇼크>는 실제적인 패닉 '이후'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둘 다 국내 전문가의 저서이고, 한국 경에 대한 전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위기 이후>는 대우증권 홍성국 상무의 책으로, 그의 또다른 저서 <디플레이션 속으로>에서 보여주었듯 '디플레이션*' 전문가 답게,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를 가져온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응 방안을 디플레이션에 주목하여 풀어나갑니다. (그나저나, 물가가 과연 떨어지기나 할까요??)

* 디플레이션: 수요가 공급에 훨씬 미치지 못해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경제 상태 혹은 그런 현상을 말한다.

<토털 쇼크 -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는 전 '매일경제신문' 증권부 기자와 현 '주간조선' 기자의 한국 경제 전망을 담은 책으로, 일전에 출간되었던 <공황 전야>의 컨셉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전반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과 경고를 필두로, 이에 대한 정부 및 재계의 생존전략 마련이 시급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3장 토털 쇼크에 대답하라 1 - 가계와 기업의 생존전략' 부분이 눈에 띕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경제위기, 내 돈을 지켜라>와 <패닉을 이기는 주식투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두 직설적인 제목으로 위기를 이겨낼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일반인에, 후자는 전문 투자자에 좀 더 근접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펀드가 반토막난 마당에 <경제위기, 내 돈을 지켜라>는 왠지 늦은감이 드는 제목이긴 합니다만, '원칙 중심의 재테크'는 백만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겠습니다. 늦었다고, 이미 내 펀드 반토막났을 뿐이고! 라고 한탄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방어'에 나서야겠습니다.

<패닉을 이기는 주식투자>도 조심해야 할 것이, '남들 다 잃는다해도 버는 놈은 번다'는 예외의 경우를 일반화하여 '행여나 이 하락장 속에서 내가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패닉을 넘어 대박으로'가 아닌, 패닉 상황에 대한 여러 사례들과 이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투자 전략을 설명한 책이라는 것이죠.


아무튼, 지금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경제에 주목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심해야 하는데, 뜻하지 않은 경제 위기로 많은 국가적,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2009년(패닉 이후)에는 과연 패닉을 이기고 내 돈을 지켜 코드 그린에 올인할 수 있을까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월드 체인징) 말이죠. (이거 왠지 모MD님의 신간브리핑에서 본 컨셉;;) 

모르겠습니다. 저는 탈레브가 좋더라구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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