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국의 중앙은행 뱅크오브잉글랜드(BOE)는 글로벌 금융대란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이 2조8000억달러의 자산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또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자국의 10월 제조업 경기지표가 1982년 9월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3일 발표했다.

이러한 위기 국면을 맞아 최근 서점가에서는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책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한·중·일 3국의 시각을 각각 엿볼 수 있는 책들이 있어 특히 눈에 띈다.

     

‘연쇄하는 대폭락’(소에지마 다카히코 지음, 예문)에서 저자는 일본의 국가전략가로 활동하며 이미 수차례 경제위기를 예측했던 통찰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는 현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채권이라 진단하고, 이마저 무너진다면 대공황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미국이 그렇게도 자랑하던 금융공학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90년대에 이미 비슷한 위기를 겪었던 일본의 시각에서 날카롭게 분석한다.

‘화폐전쟁’(쑹훙빙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은 중국의 시각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미국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중국인으로, 18세기 자본주의의 태동 이후 일련의 금융사건에는 이를 주도한 거대 세력이 있다는 음모론으로 금융의 역사를 새롭게 파헤친다. 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엘리트 그룹들 간의 총성 없는 전쟁에서 최근의 위기 상황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말하며, 세계 경제의 부조리한 면들을 낱낱이 밝힌다.

한국의 시각으로는 ‘위기의 한국경제’(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휴먼앤북스)가 대표적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 경제시평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서슴없는 비판과 함께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모색을 꾀한다. 특히 한국경제가 2000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투기에 몰입해온 나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바마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시적 반등세를 보였던 세계 증시가 다시 동반 하락하면서 장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위기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장기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함은 한국, 중국, 일본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숙제라 하겠다.

- 2008년 11월 8일, 세계일보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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