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대외 개방은 조금 심하게 말하면 
 미국의 모든 항공모함 편대가 중국 근해로 출동하는 것보다 더 큰 위험일 수도 있다" 


특정 상품의 공급을 독점하는 자가 높은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화폐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종의 상품이다. 한 나라의 화폐 발행을 독점할 수 있다면 무한정으로 높은 이윤을 내는 수단을 갖게 된다. 이것이 곧 수백 년 동안 국제 금융재벌들이 한 나라의 화폐 발행권을 독점하고자 온갖 지혜와 수단을 동원했던 이유다. 그들이 원하는 가장 높은 경지는 전 세계 화폐 발행권의 독점이다.
20년 전에는 전 세계 파생금융상품의 형식상 가격 총액이 거의 제로였다. 그러나 2006년에는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370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GDP 합계의 여덟 배를 넘는 숫자다. 그 성장 속도와 규모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파생금융상품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역시 달러와 같다. 즉 채무인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은 채무를 포장한 상품이며, '채무의 컨테이너', '채무의 창고', '채무의 히말라야산'이다!

 <화폐전쟁>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이 책은 중국에서 2007년 6월 출간 이래 엄청난 관심을 모으며 1년만에 100만부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 출간 즉시 경제경영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7월은 아직 '제2의 세계대공황' 운운하던 시기는 아니었죠. 게다가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AIG 구제금융 등 일련의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이 책의 상승세는 지금만 못했습니다.

왼쪽 순위표11월 4일자 경제경영 베스트순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최근 도드라진 이 책의 상승세는, 극심한 충격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도대체 금융 위기가 왜 온거야?'라는 물음을 가지게 된 무렵의 일이라 더욱 흥미롭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쑹훙빙은 '미국'에서 금융전문가로 활동중인 '중국인'으로, 파생금융상품을 전문으로 다루다가 세계 금융사에 관심을 갖고 이 <화폐전쟁>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금융사'를 다룬 책은 무수히 많은데다가, 그냥 평범한 내용으로는 전혀 주목받지 못할 것임을 저자 본인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본 후, 경제사나 화폐금융론 시간에 익히 들었던 내용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기도 했었습니다.

저자는 18세기 자본주의의 태동 이후 일련의 '금융 사건'에는 이를 주도한 '배후세력' 내지는 '음모세력'이 있다는 가정하에 화폐, 금융의 역사를 새롭게 파헤칩니다. 심지어 링컨과 케네디의 암살도 '금융세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물론 모든 역사적 사건들을 '음모론'에 기반하여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이거 진짜 맞어?'라는 의문도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물음보다는 '역시, 그런거였군!!'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책이라는 것이 제 소감이라 할까요.

그래도 ㅡ설령 저처럼 경제를 전공한 사람이어도ㅡ 480페이지에 달하는 '음모론에 입각한 금융의 역사'를 읽고있자면, 따분한 감이 없지는 않겠습니다. 그럴 경우 '저자서문'을 읽으신 후 바로 '제8장. 선전포고 없는 화폐전쟁' 혹은 '제9장. 달러의 급소와 금의 일양지 무공'으로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제10장 긴 안목을 가진 자'부터 맨 끝까지는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최근 불거진 서브프라임사태에 대해 피력한 '부록' (이런 내용이 아니, 글세, 무려, 부록입니다!) 도 놓치면 아쉽죠. 어찌보면, 이 부분들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약 1/3의 분량이지만, 책값 25,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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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전쟁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입니다. 물론 기분은 씁쓸합니다.
하지만 ㅡ이 모든 '사건'들이 거대세력의 음모든 아니든ㅡ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일이겠죠. 이 역시 씁쓸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어쨌든, 이 책은 단순히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엔 놀랍도록 치밀하고 설득력이 있으며, 또 이쪽 얘기에 관심이 덜 하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최근의 순위 상승은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 손에 쥐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입니다.(이렇게 '뒤늦게'라도 소개하는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요!)

끝으로, 제8장의 '금융 핵폭탄 투하 : 목표는 도쿄'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1985년 9월, 국제 금융재벌들이 마침내 손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5개국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플라자합의'를 체결했다. 목적은 다른 주요 화폐에 대한 달러의 환율을 통제하면서 평가절하하는 것이었다. 일본은행은 미국 재무장관 베이커의 압력으로 엔화의 평가절상에 동의했다. 플라자합의를 체결한 후 몇 개월 안에 엔화 대 달러의 비율은 250대 1에서 149대 1로 엔화가 크게 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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