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NASSIM NICHOLAS TALEB를 '월가의 새로운 현자'로 불리게 한 화제의 책 <블랙 스완>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7년 4월에 출간되었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1년 6개월이 지난 '구간'이 된 셈이군요. 저자 탈레브가 현재 400만달러에 새 책을 집필 중인 '유명인'인데다가, 책의 내용을 훑어보건대, 계약상, 번역상의 애로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책 띠지에 쓰여있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파국이 앞으로 월가를 덮치리라"는 말은 자칫 이 책을 경제전망서 내지는 해설서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다만,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와 같은 르포도,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와 같은 전망도 아님은 확실히 해두어야겠군요. 더군다나 책에는 경제학, 경영학은 물론, 철학, 역사, 통계학, 물리학, 수학, 행동주의 심리학, 프랙털 이론에 이르는 저자의 광범위한 통찰이 담겨있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을 통해 애초부터 '검은 백조'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무책임한 예측을 일삼는 월가의 투자전문가들에 대한 우회적인 공격입니다. 탈레브 그 역시도 월가의 투자전문가(파생상품 전문가라 합니다)이면서 말입니다. 가히 '월가의 이단아'로 낙인될 법한 일이죠.

 '검은 백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 사건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경험으로는 확신할 수 없고(백조는 희다는 것이 진리였겠지요),

②극심한 충격을 동반하며(검은색 백조라니, 얼마나 놀랬을까요),

③일단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 설명을 시도하여 마치 예견 가능했던 것인냥 떠드는.(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TV에서는 나름 전문가라는 분들이 시국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시도하는군요!)

실제로 극단적이고 불확실한 사건은 느닷없이 나타나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인간은 언제나 어제의 일을 회상하듯 뒤늦은 설명을 시도해 왔습니다.('내 그럴줄 알았지'와 같은...)  굳이 히틀러의 등장과 세계대전의 발발, 9.11테러와 같은 '사건'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확신은 아무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것은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으며, 인간의 분석을 정상적인 범위로 한정해 버리는 '정규분포곡선'은 거대한 지적 사기와 같다고 말합니다.

'백조는 늘 희다'는 엉성한 이론을 무기로 위험을 관리하고,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합리적' 분석이라는 미명으로 '설명'하는 금융계에 일침을 가하는 저자의 분석은 막 갈아놓은 칼날처럼 예리합니다. 물론 저자 자신이 금융계에 몸담고 있기에 주된 공격의 대상이 된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극단적'인 것을 '예외'로 치부하는 현대인 모두가 경청해야할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칠면조가 한 마리 있다. 주인이 매일 먹이를 가져다준다. 먹이를 줄 때마다 '친구'인 인간이라는 종이 순전히 '나를 위해서'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인생의 보편적 규칙이라는 칠면조의 믿음은 확고해진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앞둔 어느 수요일 오후, 예기치 않은 일이 이 칠면조에게 닥친다. 칠면조는 믿음의 수정을 강요받는다.  
   
   
 

우리 인간은 임의적인 사건을 받아들이는 능력의 불균형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성공은 자기 덕분이며 실패는 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외부적 사건, 즉 무작위성 탓이라는 불균형이 그것이다.

 
   
   
  기억할 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검은 백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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