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고리 걸작 7선 세트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9
에드워드 고리 지음, 이예원 외 옮김 / 미메시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고딕 풍의 냉소"

 '미메시스' 판 에드워드 고리의 작품들 

(에드워드 고리 지음, 미메시스)



도서관에서 에드워드 고리의 책 네 권을 빌렸다. 내가 저지른 실수 또는 착각은 그의 책이 아동 자료실에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거침없이 입구를 지나 1층 오른쪽으로 걸어 나갔다는 것이다. 내심 의아함은 있었다. 그의 작풍이 다소(소문만 들은 상황이었다) 어두울텐데 아이들이 읽기에 과하진 않을까? 아동 자료실을 몇 바퀴 반복적으로 뒤지며 헛물만 켤수록 그 의구심은 느낌표로 바뀌었다. ‘자료실’의 위치는 확인하지 않았을 때의 나의 맹신이 참으로 익숙했고 우스웠다.


 이번에 읽은 건 모두 미메시스에서 나온 판본으로 『오래전의 방문』, 『미치광이 사촌들』, 『비밀 다락방』, 『독이 든 사탕』이었다. 앞의 두 권은 간단한 서사로 이루어진 한 편의 작품이라면 뒤의 두 권은 에밀 시오랑 식의 비정하고 스산하기까지 한 단문과 한 점의 그림으로 구성된 아포리즘 모음집 같다. 특히 뒤의 두 권엔 ‘자살 토끼’ 시리즈같은 일정량의 유머에도 얄짤 없이 빅토리아 시대 하층민의 비참한 현실상과 귀족들의 허무주의적 허세가 뒤엉킨 독 묻은 송곳같은 회화적 세계를 고수한다. 비참하고 악랄하다.


*소품의 대표적인 예. 사진을 클릭해서 왼쪽의 서술을 읽어보라.


 『미치광이 사촌들』이 그 중의 단상 하나를 확장한 것 같다면 『오래전의 방문』은 미국 단편 소설에서의, 익숙한 어떤 발견의 순간에 오는 허망함을 담담하고 문학적 스케치에 좀 더 충실하게 구성된 가장 읽을 만한 작품이다. 『미치광이 사촌들』은 이야기성을 최소한으로 유지한 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식으로 종국에 이른 뒤 무덤처럼 책을 닫게 한다. 무엇보다 강하게 각인되는 것은 문자의 틀을 뛰어넘는 삽화의 감상이다. 몇 개의 선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특정한 미장센으로 프레임에 균형을 맞춘다. 그리고 기억하게 되는 것은 공허한 눈과 핏기 잃은 웃음으로 잔인한 행동이나 말을 거침없이 하는 인간 군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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