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빌 모이어스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과 대담한 내용을 정리해 나온 책입니다. 번역은 이윤기,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대중적으로는 번역이 그의 유명세의 밑받침을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책을 번역했지만 소설(카잔차키스, 움베르토 에코 등)과 신화(캠벨, 융 등)관련 서적 번역이 그의 대표작들이죠. 제가 10대일 때 선풍적 인기였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는 이윤기 씨를 설명할 때 가장 앞 자리에 놓일 책일 것입니다. 이제는 헌책방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책 중 하나라는 게 과거 인기의 방증이기도 하죠.
 
 이제는 고인이지만 그는 성실하고 철학을 가진 번역가였죠. 그는 당시 신화(학)에 대해 무지하고 매정했던 국내 독서계에 캠벨을 필두로 한 신화학 서적을 번역해 알린 1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신화(학)과 종교(학)에 기질적으로 깊이 끌리는 저로선 이윤기 씨에게 큰 빚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번역이나 창작 모두, 이윤기 씨의 언어가 저와 궁합이 잘 맞는 편은 아닙니다. 열린책들 판으로 나온 고인 번역의 <인간과 상징>(C.G.융)과 마찬가지였는데, 어려운 글이 아님에도 텍스트의 왜벽을 넘어서 그 안으로 들어서기가 은근히 그리고 끈질기게 고됐습니다. 번역의 연장선에서만 볼 때, 적어도 저는 그를 故 함석헌 옹과 대조하게 됩니다. 번역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데서 두 어른은 참으로 닮았지만 함석헌의 번역을 읽을 때는 시간과 비례하여 그 특유의 어휘와 배열을 애호하게 됩니다. 결국 독자 개인차일 뿐이죠. 그럼에도 이윤기 씨는 제가 배우고 싶은 저자의 책과 두루 연결된 고마운 분임을 부정할 수 없고, 그 덕을 충분히 보려면 제가 읽기의 촉수를 좀 더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겠다 싶네요. 그래서 기회를 만들어 얼마 전 재판된 <하늘의 문>(열린책들)을 읽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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