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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고백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자신의 도덕적 치부에 픽션을 가미해 소설적 외향을 갖춘 '고백문학'은 일본에서 면면이 이어오던 전통이라고 합니다. 『가면의 고백』은 그 흐름 가운데서도 불세출의 것으로,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탐미적인 특유의 문체와 사건을 르포 식으로 조립하는 표면적 흐름을 벗어나 이면의 진실을 파헤치고 분석하여 내면의 구조와 진실을 밝히고자 벌이는 치열함 때문입니다.
그가 고백하는 가면의 진실은 동성애적 취향이고 그의 동성애 뿌리는 유년기의 체험과 생활환경에 기인합니다. '이성애'라는 상식의 가면을 쓰고 사는 괴로움을 숱하게 토로하지만(순교하는 성자의 그림을 보며 피어오른 성적인 각성과 학창 시절 선망하던 동성 친구에 대한 집착과 질투, 친구의 여동생인 소노코와의 각별한 관계와 키스, 결혼 문제 등)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전기적 사실을 대조해 본다면, 그를 폐쇄적 성관념에 희생된 소수자로 이해하는 건 과한 듯 합니다.
소설이 끝나고 부록으로 실린 평론에서 볼 수 있듯, 그의 동성애 심리는 정치적 활동으로 자리를 옮겨 천황 숭배와 내셔널리즘 등으로 나름의 해소를 했다는 게 온당한 해석이라고 봅니다.
'개인의 고백'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내용과 형식의 묘를 취하고 있지만 태평양 전쟁 이후 무조건 항복을 하기까지 한 세대를 관통하던 내일에의 허무와 병적인 낭만주의 등, 화자의 행보 곳곳에 스며든 일본 사회의 정신 풍경이 개인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그리 사소하지 않은 진실을 겨냥하고 있는 또 하나의 가면? 위장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