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한다.>

 

 

 올해 2월에 제정됐고 내년 7월의 시행될 예정인 대한민국 난민법의 일부다. 법에 관심은 있어도 조문 하나 찾아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다 보니 이런 사실(난민법 제정)도 새롭고 흥미롭다. 법조문 특유의 만연체는 악명이 높지만 내 눈으로 직접 대하고 나니 느낌이 남다르다. 감격이라기보단 뜨악함인데, 인용한 조문을 읽어주던 후배(법학 전공)도 그렇고 듣고 있던 나도 그렇고 절반쯤 흐르고 나서는 실실 웃었다. 난 그 옆에서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문학과지성사)를 읽고 있었는데 그 상황이 묘하게 어울리는 듯 했다. 카프카 역시 법을 전공했으며 그가 남긴 문학의 표제어 중 가장 큰 꼭지가 바로 '법'이다 보니 말이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는 4년 만의 두번째 독서인데 이번엔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읽었다(제목이 암시한다). 이것이 편지 형식이기 때문인지, 이 역시 딱딱한 만연체로 이루어져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는 통에 수시로 고개를 들곤 했다. 풍성한 사진 자료를 제하면 100쪽도 안되는 이 얇은 책을 연휴인데도 다 읽지 못했다. 내 컨디션 탓도 있겠지만 꽤 고된 독서였다. 예를 들어 편지 끝 부분에서 카프카가 예상한 아버지의 반박:

 

 "너는 내가 우리의 관계에 대해 단순히 너한테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면 그건 내가 내 자신의 입장을 편하게 만드는 거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네가 겉으로 보기엔 몹시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해도 최소한 너는 네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더 여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네 자신한테 더 득이 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너도 네 자신의 어떠한 잘못과 책임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그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할수 있다."

 

 

 

 

 이 정도만 하자. 치면서도 괜히 팔목이 저리다. 그의 글 제목처럼 '법 앞에' 선 기분으로 읽는 낯선 문학체험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면 내게는 먼저 <헐크>(이안 감독)인데,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를 '아버지의 도래'로 이해하며 봤다면 <헐크>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앙금처럼 흘러내리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우울한 드라마로 이해하며 봤다(그래서 재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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