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테라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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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해 있는 소설가 중 제가 유일하게 전작을 구해 읽는 작가는 파스칼 키냐르가 유일합니다. 그의 글-세계를 관통하는 단어는 ‘심연’입니다. 내가 절대 알 수 없는, 내가 존재가 시작됐던 ‘최초의 시간’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심연의 글쓰기가 그의 모든 작품을 지탱하는 유일한 토대입니다.

 

『로마의 테라스』는 그의 국내 번역서 중 유일하게 대중적입니다. 이야기의 진행이 선명하고 행간을 흐르는 사유의 깊이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한두 단어만으로 전경을 보게 합니다. 문장과 이야기 자체에 매혹되는 즐거움은 카뮈의 『최초의 인간』 이후 처음인 것 같네요. 키냐르를 애독해도 다른 이에게 추천하는 건 부담이었는데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책이 한 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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