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9. 4. 29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읽은 김에 그의 <공중 그네>까지 읽어버렸다.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만나 치료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책 표지에 써둔 것처럼 '요절복통'까지는 아니고 좀 웃겼다.  천진난만하고 호기심에 가득찬 이라부는 솔직하고 시원스럽다.

 

도대체 진지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처럼 이 소설도 가볍고 가볍다. 오쿠다 히데오의 글쓰기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인 것 같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 저리가라. 그러나 그냥 가벼운 입담으로 볼 수만은 없다.  재미난 아이템과 입체감있는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이 가벼운 이 소설을 읽고 났을 때 훗맛은 결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공중그네 1등 곡예사 야마시타 고헤이는 공중에서 자신을 잡아 띄워줄 캐처 우치다 때문에 공중그네 곡예를 성공하지 못하고 자꾸 떨어진다. 실수가 한 두번으로 끝나지 않고 점점 심해지자 고헤이는 우치다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음모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나 모든 단원든, 아내까지도 고헤이의 말을 믿지 않자 고헤이는 곡예 장면을 촬영하여 그 증거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한다. 마침내 자신의 곡예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했을때 곡예 실패의 원인은 우치다가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작품에는 뾰족한 것만 보면 공포를 느끼는 야쿠자 세이지의 이야기인 '고슴도치', 상대편 캐쳐 때문에 곡예를 실패한다고 여겼던 고헤이의 이야기 '공중그네',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발작을 일으킬 지경에 이른 다쓰로의 이야기 '장인의 가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게 된 '입스'에 걸린 투수 신이치의 이야기 '3루수', 8년째 글을 써오던 작가 아이코가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여루작가'까지 모두 5편의 아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다섯편의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서로 전혀 연관이 없으며 단지 이 다섯편에 등장하는 강박증 환자들을 모두 의사 이라부의 천진난만하고 어이없기까지한 치료를 받는 과정이 실려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진지하고 무거운 서술로 독자를 설득하려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주기만 한다. 어떤 잔소리도 하지 않고 단지 장면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다. 가볍고 가벼운 글들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