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25 

 


현대문학 4월에의 특집, 신춘당선자들의 새로운 작품 중 김성중의 '그림자'는 어느 작품들보다도 재미있었다.

 

작년 여름에 있었던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작은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였다. 그 작품을 프린트해서 나는 국망봉 숲속 바위위에 걸터앉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심사평에선 '독자를 향한 돌팔매질이 야물지 못하며 의미의 돌멩이(문장)들이 충분한 비거리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으나 나는 그저, 야 재밌게 잘썼다, 감탄할 뿐이었다.

 

오늘 읽은 김성중의 '그림자' 또한 읽기 시작하자마자 빠져들게 하는 흡인력이 있었다.  

난시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겹쳐보이고 또 하나의 상을 만날 수 있다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또 하나의 세상- 또 하나의 나, 도덕적이고 규범에 충실한 인간- 부도덕하고 야만적인 인간. 이러한 대칭적이고 모순적인 대립항은 알고보면 내 자신과 내 그림자와의 관계와 같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바뀌고 바뀐 그림자대로 행동하는 세상은 그야말로 무법천지 아비규환이 된다. 아가씨의 그림자를 갖게 된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펴고 젊음을 얻었으며 목사의 그림자를 갖게 된 연쇄살인범은 감옥에서 기도한다.  

내 자신 조차도 어느날 동생과 그림자가 바뀌어있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동생인지 내가 나인지 혼란스럽다. 폐허가 되어버린 시가지는 쓰레기와 오물이 넘쳐나고 난잡한 성교와 범죄속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은 마치 '눈먼자들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그림자를 찾아서 제대로 바꿔주는 소녀가 나타나는데 그 소녀는 그림자가 없다. 그녀는 메시아일까. 소녀 덕에 사람들은 그림자를 되 찾게 되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바로 그 소녀에게 있다고 소리친다.  

그리곤 세상에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남게 된다. 마침내 사람들은 모두 그림자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주제를 향해 몰아가는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고 흡인력있는 문장의 힘이 보여서 김성중의 앞으로 작품 활동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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