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09. 2. 20
 

'한때 한 소년이 있었다.'라는 문장을 읽는다면 이 문장은 '탁자 위에 놓인 사과'라거나 '구두가 젖었다' 처럼 별다른 의미를 주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역사]를 다 읽고 난 다음이라면 '한때 한 소년이 있었다'라는 문장이 단순한 문장으로 남지 않는다.

 

나는 그랬다.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심장이 빨리, 그리고 크게 뛰었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내 심장이 평소와 같이 되기를 기다렸다. 잠시였지만 나는 어쩌면 이것이 심장과 관련하여 내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첫 징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스트레스를 받은 게 있나 가까운 시간부터 거슬러 기억을 더듬기까지 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이 책 때문인지 몰랐다. 그런 일이 책을 읽는 동안 두어번 더 일어났다. 심지어는 내 종아리부터 팔뚝까지 오소소 찬기가 감돌며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이 책의 무엇이 나를 이토록 흔들어놓을 수 있었을까?  이루지 못한 아픈 사랑때문에? 이제는 사랑이라고 하면 흐흥, 냉소부터 하고 보는 심드렁한 나로부터 너무나 멀어진 '사랑'에 대한 향수 때문에? 다만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죽음을 당하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사는 불행 때문에?  

 

아니다.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다. 내가 열거한 이러한 것들 때문이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랑의 역사]를 너무도 폭력적으로 구겨버리는 짓에 다름아니다. 이 작품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라며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주문했던 것은 순전히 니콜 클라우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아내라는 사실 하나 때문이었다. 무슨 그런 이유로 책을 주문하느냐고 물어보는 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랬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 반했던 나는 그의 아내라는 여자가 쓴 이 [사랑의 역사]가 어떠한지 궁금했다. 그리고 질투했다.

 

죽음을 기다리는 한 노인 레오폴드 거스키, 그는 유대인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떠난 알마를 그리워하며 이디시어로 폴란드에서 '사랑의 역사'를 썼고, 자신을 모르는 아들 아이작 모리츠를 위해 '모든 것을 뜻하는 단어'를 쓴다. 그가 쓴 '사랑의 역사'는 그의 연적이었으며 친구였던 즈비 리트비노프에 의해 스페인어로 표절당하여 출판된다. 스페인어로 출판된 이 책을 이스라엘 청년 다비드 싱어가 구입하고 그의 연인 샬럿에게 준다. 그들은 딸에게 책 속의 주인공 '알마'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알마 싱어'는 남편을 잃고 그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사랑의 역사'를 추적한다.

 

레오폴드 거스키와 알마 싱어, 그리고 알마 싱어의 동생 버드가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어 진술하는 문장들은 아름답고 슬프며 놀랍다.

 

다행하게도 니콜 크라우스가 썼다는 [남자, 방으로 들어가다]가 민음사에서 이미 출판이 되었다. 이제 주문하여 읽는 일만 남았다. 생뚱맞은 의문 하나, 그녀는 왜 남편의 이름을 쓰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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