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4 

 

이 작품이 어디에 실린 건지 모른다. 다만 친구가 준 파일로 읽었을 뿐이다. 누구의 번역인지도 모르며 훼손 여부조차도 모른 채 읽었다. 줄 바꾸기며 단락 나누기도 원전 그래도인지 어쩐지 모른다.



원고지 68매짜리. 비교적 짧은 분량이다.



작품의 도입부는 온 세상이 막연한 흰 허공으로 보이는 눈보라치는 밤 거리에서 한 남자가 '내'가 서있는 받침대로 기어오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내 온몸에 엉겨붙은 눈은 그래도 얼어붙어 마치 석영가루와 같이 보였다'라며 '나'를 묘사한다. 

 흠, 그러니까 '나'는 지금 추운 밤에 눈을 뒤집어쓰고 서 있군,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서있는 곳으로 안간힘을 쓰며 기어오르는 그는 '나'를 변형시키고 '내'게 운명을 가져다 준 '손' 자체였다. '나'는 동상, 비둘기 동상이었다.



동상이 되기전 '나'의 이력은 이렇다.

'나'는 훈장까지 받은 전령비둘기였고 전쟁이 끝난 후 내 책임자였던 그, '손'과 함께 묘기를 부리며 살아가게 된다. 어느 날 찾아온 사람에게 '나'는 모델이 되며 그 사라에게 팔려간 '나'는 박제가 된다. 이 후 '나'는 비둘기 동상이 된다.



평화의 전령이라는 상징 때문에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정부 끄나풀의 꼬임에 빠져 '손'은 '나'의 발목을 쇠톱으로 자르고 마침내 '나'는 용해되어 다는 금속과 혼합된다.  

나는 저것이기도 하고, 이것이기도 하고, 또한 일부이기도 하며 전부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후에 나라고 하는 것은 그 한 개의 권총탄환을 가리키는 것이다. 

 권총탄환이라 하여도 그것듥 개개엔 각자의 다양한 운명이 있다. 그 가운데서 나는 비밀용도로 쓰이게 되었다.



이용당하고 그 효용가치를 상실한 '손'은 나, 탄환으로 관통당한다. 마침내 '나'는 마지막 변형을 완료한 것이다.



내가 읽은 아베 코보의 작품은 [모래의 여자] 뿐이었다. 이 단편 '손'을 보고 나니 다른 단편집 [벽]과 [타인의 얼굴]까지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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