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6.25
이상향이라는 관점에서 최인석의 [새, 떨어지다]와 [내 영혼의 눈물]을 살펴보았다.
이상향 (백과사전)
: 원래 토마스 모어가 그리스어의 '없는(ou-)', '장소(toppos)'라는 두 말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인데, 동시에 이 말은 '좋은(eu-)', '장소'라는 뜻을 연상하게 하는 이중기능을 지니고 있다. 서유럽 사상에서 유토피아의 역사는 보통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이상국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간다. 그러나 정확히는 모어의 저서 《유토피아》(1516)를 시초로 하여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1623), 베이컨의 《뉴아틀란티스》(1627) 등 근세 초기, 즉 16∼17세기에 유토피아 사상이 연이어 출현한 시기를 그 탄생의 시점(時點)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토마스 모어가 말한 [이상향]은 르네상스를 거친 후에 나타난 사조를 일컫는다. 르네상스 시대의 마키아 벨리 등은 자신들의 세계에 하자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르네상스) 위대한 문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밀려난 자들도 있다. 바로 밀려난 자들이 꿈꾸는 세계를 이상향이라고 본다. 이들은 봉건제도에서 복고적 유토피아를 꿈꾼다. 또 다른 부류는 시민사회를 향한 유토피아를 꿈꾼다. 아뭏든 현실에서 패배한 자들, 소위 지배 이데올로기로 부터 축출된 사람들이 꿈꾸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최인석은 패배한 자들의 이상향 꿈꾸기를 끊임없이 추구한 작가다. 이 두 작품도 현실 공간에 일상을 끌어들이고 설화와 환상을 가미한 묘사를 하고 있다. 그는 사건의 정황과 인물의 움직임만을 보여준다. 실재와 환상의 구분이 어렵다. 그의 작품들은 나무와 대화하는 인물(모든 나무는 얘기를 한다)이 나오는가 하면 개(내 영혼의 우물)나 새(새, 떨어지다)와 대화하는 인물도 있다. 아주 개처럼 짖어대며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주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할까. 실재가 아닌듯 하면서도 꿈틀대는 현장감이 있다. 그리고 인간의 마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품들은 거의 닫힌 공간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