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9 

 

이준희의 '여자의 계단'과 박정규의 '타블로 비방 혹은 비너스의 내부-작품번호1'을 읽었다.

두 작품 다 사라진 사람을 추적하고 탐색하는 구성을 보인다.



탐색담은 노드롭 프라이가 규정한대로 로망스에서 보이는 탐색의 과정에서 보이는 모험의 이야기다. 탐색담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1. agon: 괴물에게 납치당한 사람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

2. pathos: 납치한 괴물을 만나 목숨을 걸고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단계

3. anagnoisis: 괴물을 해치우고 사람을 구해서 운명의 역전이 일어난다.



로망스의 패턴에서는 실종이 타의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현대에서는 대부분 자의에 의한 실종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타블로 비방...'은 아내가 없는 동안 아내의 소설을 읽으며 아내를 추적한다.

'여자의 계단'은 동료인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 그녀를 찾아나선다.



'타블로 비방...'은 내가 아내의 과거와 현재의 부정을 의심한다. 작품속 등장 인물은 아내가 쓴 소설속 인물과 겹치는 구조를 갖는다.



소설속 인물 : 나(해직기자)-아내(소설가)-옆집 사내

아내의 소설속 인물 : 나(아내)-그(운동권 선배)- 옆집 사내



탐색이 끝난 후 보이는 역전은 나의 오해가 풀리는 것. 옆집 남자가 아내의 소설속 옆집 남자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점으로 오해가 풀린다. 작품에는 음악과 그림이 등장하고 어려운 인문학적인 지식까지 동원된다. 그런 것들이 읽는데 가끔 걸림돌이 되었다. 그는 아내의 부정에 대한 의혹은 풀었을 지 모르지만 아내의 내면을 읽는 것은 실패했다고 본다.



'여자의 계단'은 카프카의 [성]과 유사한 구조다.

나는 그녀가 그린 그림과 그녀가 했던 말을 근거로 그녀를 찾아나선다.

다수의 회사동료들은 그녀를 소외시켰다. 그녀는 그들과 소통하지 못했고 대신 그녀는 아무도 몰래 망원경으로 동료들을 바라본다. 그녀가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망원경 렌즈를 사용했을 때이다. 그 가까움은 소리를 잃은 채다. 그녀는 말로써 동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듯 보였지만 결국 그 말때문에 다시 멀어진다.

내가 그녀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그녀의 고독이 아프게 느껴진다. 내가 탐색한 것은 그녀의 내면이다.



이 두 작품의 탐색담은 비교가 된다.

'타블로 비방...'은 마치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동안 택한 도로와 도로를 지나면서 본 풍경을 이야기한다면

'여자의 계단'은 서울에서 부산에 가는 동안 부산이 어떤 곳인가 알게한다.

나는 물론 가는 동안의 화려한 풍경보다, 갈 곳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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