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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송이송이
송기숙 지음 / 문경(문학과경계)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8. 6. 8
송기숙의 단편 '고향 사람들'을 보느라 이 단편집을 보게 되었다.
'고향 사람들'은 가뭄에 농사짓는 노인의 이야기다.
비가 오지 않으면 둠벙의 물도 댈 수 없는 천수답을 위해 시추기를 동원해서 관정을 파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그 사이에 김동만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적지 않은 분량으로 나온다.
김동만에 대한 묘사는 이렇다.
-동네 사람들은 맥살없이 웃었다. 겉보기는 수굿했어도...(중략)... 제 주소도 '석문리'를 '성문리'로 받침이 틀리던 작자가 긴다 난다 하는 땅 사기꾼들에게 휩싸여 고장 난 경운기 소리 같은 웃음소리를 낄낄거리고 다녔다면 봉도 그런 날봉이 없엇을 거라고 웃었다.- (고향 사람들', 206쪽.)
작품 전체는 남도의 사투리속에 남도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다른 작품들도 그렇다. 현대의 서울말에서 도저히 맡을 수 없는 독특한 향기가 있다.
-"두멍 쓰고 밤길 걷기도 아니고 겁에 질려 실려 갔등마는, 한다는 소리가, 다 알고 있다, 안 죽으려면 순순히 불어라, 이러네그랴. 느닷없는 소리에 벼락에 깨난 잠충이매이로 눈만 멀뚱멀뚱하고 있다가, 한참 만에야, 옛날에 살았던 집 집터에 갔다온다고 사실대로 말을 했잖았겠어?"-( '들국화 송이송이' 45쪽)
작품 속의 인물들은 대게가 현실 살이에 별 대책이 없어 요량없이 사는 사람들, 이데올로기 속에 그냥 휘둘려서 삶이 절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그때 본게 법이란 것이 도깨비 손에 뚝딱방망이도 아니고 옹기쟁이 손에 진흙 뭉텅이도 아니더만. -('들국화 송이송이', 49쪽)
잠깐 읽어보려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아무래도 다시 사야겠다. 한줄 한줄을 다시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이 책 아무곳을 펼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