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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
장 필립 뚜생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4년 7월
평점 :
절판

장 필립 뚜생의 장편소설 [망설임].
그의 [욕조]를 읽고
[氏]를 읽은 후
이 작품이 세번째 읽는 그의 작품이다.
무슨 이야기냐고 묻지 말라.
왜냐면, 이야기가 없다.
지루하고 지루한 묘사만이 나열된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을 잘 볼 필요가 있다.
아기를 안고 서있는 중절모의 그림이 없다면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도 알기 힘들다.
아기와
고양이와
그 밖의 중요하지 않은 몇몇 인물이 등장한다.
사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중요치 않다.
끊임없이 '내'가 주시하고 짐작하고 추적하는
'비아지'조차도 정말 존재하는 인물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기를
어떤 중요한 사실이 밝혀지기를 내내 기다렸다.
소설 초입에 못이 있다면 나중에 그 못에 목이라도 매달아야한다고?
서로 유기적으로 빈틈없는 구성으로
잘 빚은 항아리를 만들어야한다고?
뚜생의 글을 읽으면 그런 교과서적인 주문에 코웃음을 치게된다.
맥락없이 등장하는 것들
이유없이 나열되는 것들
끊임없이 반복하여 탐색하는 과정들
지루하고 지루하도다
위대한 지루함이도다.
[욕조]를 읽고 나는 뚜생에게 홀딱 반했었다.
이제는 절판이 된 그의 책들을 헌책방을 뒤져서 샀을때 나는 뿌듯했다.
이 책도 결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나'와 함께 지금도
망설이고 주저하고 잘못 판단하고
망설이고 망설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