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2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훌리아아주머니와 결혼했다」라는 긴 제목의 이 책에 대해서 말하려고 든다면 너무 많은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요사의 자전적인 이 소설은 형식면에서도 기발하고 재미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을 다 떠나서 한 가지 생각에 몰려있다. 어쩌면 그 생각은 이 작품을 읽어서가 아닐 것이다. 어떤 작품을 읽어도 이 생각으로 귀착될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생각이다.







주인공 나는 열여덟에 열네 살 연상의 이혼녀와 결혼을 했다.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미성년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악전고투하는지 알게 된다. 그의 결혼관과 문학관, 그리고 사랑에 대한 맹세. 책 두 권 분량은 그의 결혼난관극복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그 사이사이에 드라마를 요약한 것처럼 스토리들이 하나씩 들어있다).







              [훌리아와의 결혼생활은 참으로 행복했고, 모든 친척들과 그녀 자신이 염려했거나 원했거나 예견했던 것보다 좀 더 오래, 그러니까 팔 년 동안 지속되었다. ]







가장 마지막 장에서 그는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물론 읽던 나는 발끈한다. ‘팔 년 동안 지속되었다’라고 썼지만 뭐라고 해도 그 문장은 ‘팔 년 동안이나...’라고 읽힌다. 뭐라고? 고작 팔 년 지속을 위해서 그런 요란을 떨었단 말이야? 나는 내 발끈한 화를 삭혀줄 이별의 원인을 기대한다. 사랑을 믿었으나 이래저래해서 어쩔 수 없었다, 라는 최소한의 변명은 있겠지, 좋아, 변명해봐, 조롱해 주겠어. 물론 그는 변명하지 않고 그걸로 끝이다. 그게 끝인 것이다. 사랑이 끝났는데 무슨 더 할 말이 있으랴. 그의 새로운 여인은 훌리아의 조카다. 훌리아가 그 후로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라고 나는 아까 썼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이든 이별이든 꿈이든 야망이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영원이라 믿었던 사랑이 팔 년(‘고작’이던 ‘이나’던)으로 끝을 맺더라도 처음 사랑이 가짜였던 것은 아니다. 사랑은 뜨거웠었고 그 다음은 사라졌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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