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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이청준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작품 속에서 과거 이모는 어떤 기간동안 어떤 곳을 다녀왔으며 그 곳은 고향이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 고향은 바로 인간 기원의 골짜기였다. 인간 기원의 골짜기가 바로 시원이며 그 곳은 문명을 이룬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이전의 곳이다. 이모가 멀리 바라보고 지향하는 곳이 바로 시원인 것이다.
그러나 이모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곳은 악의 구렁텅이다. 이 곳에는 조카 사라도 있고 고양이, 벌레들도 함께 있는 곳이다. 이모는 이 곳에서 먼 시원을 끝없이 바라보는 존재, 시인이다. 그곳을 늘 바라보고(望遠) 희망하지만(望願) 그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亡願)을 안다. 그래서 이모는 절망하고 외롭다. '망원'은 멀리 바라본다라는 뜻과 희망이 멀다라는 중첩의 의미를 갖는다. 멀리 바라보며 희망하지만 결코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라는 것을 아는 또 한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외롭게 시원을 바라보는 이모를 화자는 바라본다.
이처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이전의 프리 사피엔스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하게 하는 또 한 편의 소설 [몽고 반점]이 있다.
[몽고 반점]은 처제와 형부가 섹스를 하는 과격하고 파격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그들의 섹스는 인간의 섹스라기 보다는 식물의 수분(수술과 암술의)이다. 지구에 맨 처음 생겨난 것은 인간이 아니다. 식물이다. 식물의 번성을 지나 인간은 생겨났다. 식물끼리의 교배를 통해 종을 번식하다가 육식하는 동물들의 교배(섹스)로 종은 번식한다. 꽃가루 수분을 통해 종을 번식시키던 최초의 시대를 작가는 기원한다. 왜? 지금의 시대는 약육강식의 시대이고 많은 제도(결혼, 가족, 부부, 윤리 등)에 의해 인간의 영혼이 짓눌린 시대이기 때문이다. 영혼을 짓누르는 억압과 폭력은 육식을 강요하는 것을 통해 드러난다. 그냥 먹어오던 대로 고기를 먹기를 강요하는 것은 이제 까지 지녀왔던 관습, 도덕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 강요를 처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혼이 짓눌린 것은 한 인간 개인의 성향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문명에서 오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날때 엉덩이에 있으나 자라면서 점점 희미해지고 없어지는 몽고 반점이야말로 문명 이전의 인간을 표상하는 것이다. 몽고 반점이 있는 처제는 인간의 시원이 지워지지 않고 있으며 작가는 그 인간 이전의 시원을 희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종석도 한강처럼 시간을 소급해가면서 그 시원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는 화자가 바라보는 이모를 통해 이모가 희구하는 것을 제시하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문명의 시간을 반성하길 바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