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간 코미디언 - 2007 제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연수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달로 간 코미디언>을 읽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그냥 휙휙 지나치며 읽는 문장들 속에 있던 사소한 얘기, 사소한 것들이 모두 의미가 있는 것들이었다. 화자가 애인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농담처럼 주고 받았던 권투선수에 대한 얘기도 별 생각없이 휙 읽었지만 다 읽고 났을 때는 결코 그게 그냥 농담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화자는 권투선수에 대한 얘기를 한 자리에서 만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들의 사랑은 급속도로 진전을 보이지만 9.11사태가 난 후 그 사랑은 종말을 고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녀는 9.11사태를 보면서 미국으로 사라진 아버지를 찾겠다는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시력을 거의 상실하고 있었다. 이 작품에서 상당 부분이 맹인에 대한 얘기다. 보인다는 것과 보이지 않는 다는 것.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시각적 세계에서 죽는 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시각이 사라진 세계에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화자가 그녀에게 자꾸 호소하는 고통은 맹인의 고통과 상통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소통할 수 없으며 그것은 바로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왜 바람이 부는 거지? 이해가 안 돼. 그래서 바람이 불 때마다 고통스러워. 손뼉을 치잖아. 짝짝짝. 그러면 소리가 나잖아. 왜 소리가 나는 거지? 이런 소리 자체가 고통이었어. 세상 모든게 고통이었어.(28쪽)  

 

그녀의 아버지는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달로 간 거북이를 저질 슬랩스틱으로 연기했다. 여기저기를 부딪고 넘어지며 "웃을 일이 아니에요" 말하며 웃음을 유도하던 코미디언이었다. '달로 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간 그녀가 보내온 녹음을 들으면서 마침내 화자도 시력의 세계가 아닌 마음의 세계에서 그녀가 보았을 달을 보게 된다. 그는 그녀와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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