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쫓는 방구 탐정 창비아동문고 272
고재현 지음, 조경규 그림 / 창비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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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대단한 작품을 만났다!
최근 읽은 동화 중에 가장 재미있다. 그리고 마음도 울린다.
이런 작품을 얼마 만에 만난 것인가!

(호들갑인가? ^^;)


앞서 나왔던 [귀신 잡는 방구 탐정]을 참으로 재밌게, 신선하게 읽은 나로서는 그 작품의 2탄에 해당하는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었다. 표지와 제목 형식이 앞 책과 거의 비슷한 이 [괴물 쫓는 방구 탐정]은 앞 책과 더불어 '귀신' '괴물' '잡다' '쫓다' '방구' '탐정' 등, 어쩜 이렇게 아이들한테 관심과 흥미를 쏙 끌 만한 낱말들로만 제목이 조합돼 있는지 참 용하다. ㅎㅎ


앞 책 표지에선 방구 탐정이 큰 돋보기를 눈에 대고 있어서 안경을 쓴 듯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번 표지에선 맨얼굴이라 살짝 낯설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데, 앞 책 표지 분위기랑은 조금 엇박자로, 살짝 다른 분위기의 그림으로 표지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아니면 앞 책에서랑은 달리 방구 탐정하고 '탐정단'을 꾸린 친구들도 어딘가에 숨은 듯 출현해 있거나...


어쨌거나 저런 게 중요한 건 아니다. 과연 재미있는, 좋은 작품이냐가 관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과연 '괴물'은 뭘까, 어떤 괴물일까 궁금했는데 역시 시작부터 괴물 이야기가 나온다. 괴물에 대한 괴소문이 언급되고 중간중간 살짝살짝 또 언급되지만 끝내 괴물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방구 탐정과 그 친구들은 이야기 내내 괴물을 쫓는다. 그 괴물은 다름 아닌, 친구들 간의 시기와 질투, 우정에 대한 삐뚤어진 집착, 비싼 물건을 자랑하고픈 마음, 그걸 훔치는 소유욕, 주변인에 대한 무턱된 의심, 자식에 대한 어른들의 억압과 지나친 욕망, 만연한 따돌림과 학교 폭력, 그것에 대한 무기력한 두려움, 그런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돕지 못하는 어른과 사회의 한계 등등이다. 눈에 보이는 실체는 없되 저마다의 마음과 삶에 깃든 그런 괴물들을 쫓으며 나아가는 아이들 모습, 그러면서 서툴고 단단하지 못해 실수하고 좌절하지만 차분히 다시 임하고 성장해 가는 아이들 모습을 이 책은 무척 흥미로운 사건과 추리, 탄탄한 논리와 치밀한 구성, 적절한 캐릭터 설정과 배분, 이성과 감성을 조합한 이야기성으로 담아낸다.


주인공이 영웅화되기 쉬운 추리물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탐정단 전체의 추리 실패를 무게 있는 이야기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주인공이 살짝 뒤로 물러나면서 탐정단 아이들이 영웅화되지 않은 것은 이 작품을 눈여겨보게 하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탐정'의 가치와 자세, 존재 의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 것도 유효했고 말이다. 이런 점들은 여느 추리물, 이제 막 작품군을 이루기 시작하는 추리동화들 가운데에서 두각을 나타낼 이 작품만의 장점이지 않을까 한다.


한편 작가는 앞 책을 안 읽은 아이들을 배려해 주요 캐릭터와 그들 간 관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소개, 이전 사건에 대한 안내를 촘촘히 해 놓았다. 더불어서 놀라운 건 무척이나 논리적이고 세밀한 묘사와 전개, 추리를 펼쳐 내는 작가의 꼼꼼함인데, 이런 것이 강요하지 않는 방식으로 담긴, 은근하면서도 폭발적인 유머와 어우러져 단단하면서도 살가운 재미를 피워 낸다. 작가 혼자만 신나서 수다스럽게 떠들며 독자한테 유머를 강요하는 듯한 작품을 읽을 때면 가끔 얕은 재미는 느껴도 그 수다와 강요가 부담스러워 마음에 안 차게 되는 동화나 청소년소설이 적지 않은데, 그래서 그런 작품들 속 유머는 작가의 인위적인 장치 이상으론 안 느껴지는데, 이 작품 속 유머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이 상황 그 자체로, 절묘한 어투나 언어 표현으로, 캐릭터와의 절묘한 융화로 유머를 날리기에 흔쾌히 웃게끔 한다. 사람을 제대로 웃길 줄 아는 작품이랄까? 그리고 앞 책에 이어 아이들의 일상과 생활 심리, 그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지 않은 사건을 설정하고 추리 방식을 택함으로써 '남들의 먼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옆 이야기'로 누릴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크나큰 장점이다.


살짝 아쉽게 생각된 점이 두 가지 있기는 하다.
하나는 인규 이야기에서, 인규의 부모가 인규의 마음을 너무 쉽게 알아채고 이해하며 받아들여 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하지만 이건 달리 보면 그런 부모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바로 인규의 삐뚤어짐과 가출이기에 부모의 무턱된 승인과 급작스러운 변화인 것만은 아니기에 이 에피소드만의 자리는 그 나름대로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삽화다. 삽화를 맡은 만화가 조경규 씨의 재능을 알기에, 그리고 앞 책에 담긴 삽화의 재미를 알기에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번엔 좀 밋밋하고 심심해 보였다. 이야기 속 상황과 사물을 그냥 묘사한 것 이상의 구실이나 재미를 주지 못한 삽화가 꽤 보였고, 전반적으로 밀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두 번째 이야기'에서 책 아래에 배치된 만화책스러운 그림 선물은 정말 짱이었다. 어느 동화책에서도 못 본, 아이들을 위한 깜찍한 선물! 누구 아이디어로 나온 건진 모르지만 짝짝짝! 박수쳐 드리고 싶다. ^^)


그럼 마무리... 맨 끝의 '남은 이야기'를 보니 여자 탐정 캐릭터가 살짝 나오면서 앞 책의 마무리처럼 뭔가 여운을 남기는데, 이는 혹시 3탄도 나올 가능성을 나타낸 건지 모르겠다. '방구 탐정' 3탄도 나온다면 좋겠다는 팬으로서의 마음을 담아, 앞 책과 이번 책이 우리나라 추리동화로서 세계의 다른 여러 나라 아이들한테도 재미있게 읽히게 될 정도로 많은 어린이 독자로부터 사랑받아 꾸준히 읽히기를 빌어 본다.


여러분, 이 책 꼭 읽어 보세요! 후회하시지 않을 거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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