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 이태준 단편집 한빛문고 8
이태준 지음 / 다림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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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태준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이 책으로 처음 읽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가 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 책을 읽고 든 바람은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이 이태준의 작품을 많이 읽고, 그의 이름을 많이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책 <돌다리>에 담긴 8편의 소설은 분량으로 보면 굉장히 짧다. 표제작인 ‘돌다리’와 ‘달밤’이 그중에 조금 길긴 한데, 다들 단편이라 해도 꽤 짧은 편이다. 그의 많은 소설이 <어린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것이라고 하니, 그는 일제시대를 살던 동화 작가, 소년소설 작가이기도 했던 셈이다.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짧은 하나하나의 작품들이 모두 굉장히 압축적으로 삶과 현실의 단면을 세밀하게 담뿍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이다. ‘돌다리’와 ‘달밤’, ‘마부와 교수’말고는 나머지 작품에 모두 아이가 중심인물로 나와, 아이들이 당시 일제시대에 처했던 힘겨움이나 생활의 어려움 따위를 날것 그대로 잘 보여준다. 보통 소년소설 하면 중장편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런 짧은 단편으로 좋은 리얼리즘 소년소설을 써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될 만한 것 같다.

8편 작품 모두 재미도 참 좋다. 문장 자체가 늘어지거나 설명조이지 않아서 읽는 맛도 있다. 또 대부분의 작품이 내용 전개에서 극적인 반전을 잘 설정하고 있는데, 단편소설이라 그런지 그런 반전이 주제를 드러내고 재미를 더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그런 반전을 통해 주제를 강하게 부각시키는 듯하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주제를 향해 결집해나가는 식의 전개보다는 더 완화된 주제 제시를 하는 것 같기도 한다.

다만 표제작 ‘돌다리’는 주제가 좀 전면화되어 있는 느낌을 주어 약간 부담이 되었다. 읽는 내내 아버지의 말이 혹시 작가의 말일까 하는 의심을 품었는데, 아들의 눈과 입에서 시작된 내용이 아버지의 긴 생각으로 끝나는 걸 보고 그 의심을 더 품게 되었다. 그래서 약간 실망감도 들면서 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이 책의 표제작을 다른 작품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 자체에 관한 말을 덧붙이자면, 리얼리즘 단편소설이 그림과 어울려 어린이와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되어 나와,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어울려서 그런지 읽기가 무척 편하고 쉽다. 행갈이가 양쪽 맞춤으로 되어 있지 않지만, 그것이 읽기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그림 없이 양쪽 맞춤으로 편집되어 실린 책이 있다면 그런 책을 보고 견줘봐야 제대로 평을 할 수 있겠는데, 일단 짧은 행으로 행갈이를 해놓은 점이 작가의 원래 문체와 함께 가독성을 높여주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행갈이가 그림과 글의 배치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 같다.

다만 뒤에 실린 해설이 그리 좋은 해설이란 생각이 안 들고(딱딱하고, 작품 내용을 잘못 전달한 부분도 있고, 작품의 의의를 ‘둘레의 불쌍한 아이들을 잘 보살피자’ 식으로 잘못 이해시키는 점 등. 이 해설 때문에 별표를 네 개만 줄까 하고 심각하게 생각했음), 중간중간 단어 해설을 해놓은 것이 읽기를 방해하기도 하여 아쉽다. 물론 단어 해설 방법은 딱히 더 나은 대안을 찾기 힘들 것도 같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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