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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방 일곱 동무 ㅣ 비룡소 전래동화 3
이영경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4월
평점 :
저마다의 소중함, 가치, 역할을 따져 묻고, 결국은 존재 하나하나가 모두 귀하고 필요하며, 또 그 조화가 무척 중요하다는 교훈. 정말 뻔한 교훈(물론 참 중요한 교훈). 이 교훈을 이야기할 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소재 가운데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전형적인 소재로 그 교훈을 잘 이야기해낸, 꽤 괜찮은 그림책이 있다. 우리 옛 수필 ‘규중칠우쟁론기’를 아이들이 읽을 글로 다시 써 그림책으로 내놓은 <아씨방 일곱동무>.
이야기가 전하려는 교훈이 상투적이지만, 우리 옛 수필을 다시 써서 분위기에 걸맞은 그림으로 엮어 즐거운 노래로 이야기를 마쳐내다는 것이 독특하면서도 멋지다. 짧게 표현하면, 참 정갈하게 자알 만들어낸 그림책이라 하겠다. 군더더기 없이 재미나고 짜임새가 좋은 글이 톡톡 튀고,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고 또 우리 옛 분위기를 잘 살려낸 그림이 잔잔하다. 등장하는 일곱 동무의 특징을 잘 살펴 살려냈고, 그 표정이며 말투가 즐겁다.
전체적으로 그림의 배경이 여러 번 되풀이된다는 것이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기는 한다. 물론 일곱 동무가 하나씩 나서서 말을 하는 무대가 되는 배경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혹 조금씩 다른 각도나 높이에서 무대를 바라보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배경 안에서 변화하는 요소를 조금씩 두었기 때문에 그리 단조롭다거나 지루하다거나, 혹은 작가가 게을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리만의 문화와 멋, 그런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것이 있기나 한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복잡한 논의는 미뤄둬 보자. 단지 이 책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여전히 있는 소재로 익숙하고 푸근하며 자연스러운 멋과 색감, 배경, 인물, 표정 따위를 잘 살려냈기에 반갑고, 우리 옛 것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외국 그림책이 많은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이 책은 소중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보기에 부담이 덜하며 즐거울 책 같다. 등장하는 여러 인물의 특성을 잘 살려 재미나게 글을 읽어줄 어른이 곁에 있다면 참 좋겠다. 한 가지 덧붙여, 쓰인 글꼴과 디자인이 꽤 괜찮다.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