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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희네 집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평점 :
화려하게 자연의 빛을 뽐낼 것 같은 나무와 꽃들이 모두 흑백으로 되어 있고, 대문 안으로 살짝 들여다보이는 집 담이 빨간 벽돌로 색을 내고 있다. 빨간 벽돌로 써진(?) 제목 '만희네 집'을 한 번 읽고 나니, 대문 안으로 보이는 빨간 집에 눈길이 모이면서 궁금함을 준다.
만희라는 남자아이의 가족이 좁은 연립주택에서 살다가, 마당이 있어 넓은 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간다. 그 이사 간 집 안을 따스한 그림이 죽 펼쳐 보여준다. 만희는 이런 집에서,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개 세 마리와 함께 즐겁게 사는구나. 아기자기하게 사는 가족의 냄새가 책에서 묻어난다.
그런데 나는 왠지 거꾸로 그 넓은 집에서 좁은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간 이야기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당도 없고 나무와 꽃도 없으며, 따뜻한 볕 한 줌 들지 않는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갔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 만희가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가 있다면, 아니, 이 책의 이야기가 그런 것이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너무 굳어 있는 거겠지? 남이 넓고 넉넉한 집으로 이사를 가서 그림이 내뿜는 냄새 그대로 풍기며 사는 모습을 보니까, 배가 아파서 그런 건가?
적어도 나는 연립주택에서는 만희네 가족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다. 그 좁은 연립주택에서 얼마나 예쁘고 단란하게 살아왔는지가 궁금하다. 그 좁디좁은 집을 더 샅샅이 그림으로 담아, 우리네 두 작은 눈이 쉽게 찾아 읽기는 어려운, 그 좁은 집 안에서의 살가움과 행복을 그려냈다면, 그랬다면 이 그림책을 읽고 난 느낌이 더 따뜻했을까? 잘 그린 그림이 예쁘게 담긴 그림책을 보고 나서, 외려 거꾸로 된 내용이 궁금하고, 그 내용으로 채워진 그림책을 보았다면 더 마음 따뜻한 감동을 가졌을 거 같다면,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하긴, 이런 그림책을 보는 아이가 사는 집이라면, 만희네가 이사 간 집 정도는 되겠지?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