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정말 놀이가 삶(일)인가 보다. 내가 아이일 때도 그러했을 테고, 또 지금 어른인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을 텐데, 우리는 아이들 삶에서 놀이를 그리 크게 보지 않는다. 놀면서도 늘 무언가 깨닫고 알게 되기를 바란다. 놀이는 단지 그런 시간을 보조하는 때에, 잠깐 쉬는 때에나 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우리가 아이일 때엔 그렇지 않았고, 지금 아이들도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의 주인공 톰과 해티도 그렇다. 우리 같으면 뭘 하고 노나 걱정하고 지루해 할 시공간 안에서 온 관심을 ‘함께 노는 일’에 모은다. 그리고 그 놀이의 공간과 재료는 온통 자연이다. 톰과 해티의 노는 삶은 결코 시간 허비가 아니다. 놀고 있는 지금과 여기, 그리고 피어나는 관계에 관해 계속 탐구한다. 그것도 무척 진지하게. 노는 일에 흠뻑 젖어서 그럴 수 있는 걸 테다.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계속 오가는 톰의 놀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도 어딘가 삐거덕 밀고 열어버릴, 정원으로 나갈 문이 있을 거 같은 느낌을 준다. 진심 어린 우정과 자연을 만끽하며 삶을 긴장으로 내몰 놀이들이 어디엔가 있을 거 같은 기대를 준다. 거대한 모험이 아니라, 나뭇가지 하나라도 부여쥐고 나무를 타며 느끼는 희열로 피어나는 작은 모험이 있을 거 같다.

어릴 적엔 정말 밤을 알지 못했다. 자정 넘어 새벽 시간은 알면 안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새벽에 문득 일어나면 엉엉 울며 엄마를 찾거나 눈을 끔뻑였고, 새벽에 깼다는 것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밤을 맞으며 느끼던 설렘, 두려움, 그러면서도 밀려오는 기대감, 궁금함, 모험심…, 물론 지금은 잊고 만 감정들이다. 톰은 그런 아이들만의 감정을 그대로 품고 있다. 바로 그 감정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줄기였고, 시간과 공간을 교차시켜 톰과 해티에게 아름다운 우정, 감동 어린 사랑, 만남을 담아준 그릇이었다.

톰과 해티는 어른들에게 그런 어릴 적 감정들을 다시 추억하라 말한다. 다만 그 추억은 ‘그땐 그랬는데…’ 식의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지금 우리 둘레 아이들을 다시 보아야 하는 추억이다. 우리가 그랬듯,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삶(일)이다. 그 삶을 소중히 일궈가도록, 또 그럴 수 있도록 곁에서 도우라고 말해주는 추억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만날 때 그런 추억이 담긴 눈을 가질 수 있다면, 나이든 해티에게 달려와 껴안던 톰처럼 아이들도 우리에게 달려오지 않을까?

머리로는 알고 있던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삶(일)이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알고 기억하고 또 몸에 담으라고 짚어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인 것 같다. 아, 아이들에게는 톰과 해티처럼 자기 삶을 꽈악 놀이로 채우라고 말하며, 아이들도 그러고 싶어하는 마음에 근거를 팍팍 대주는 게 미덕인 거 같고. 아 또, 책 읽는 것도 꽤 재미있는 놀이구나 하는 생각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미덕도 있군.
(여기서 말하는 ‘놀이’가 컴퓨터 오락 같은 걸 말하진 않는다고, 다들 아시겠지?)

내용 말고 이 책 자체만 두고 볼 때 아쉬운 점(이것만 아니면 별 다섯 개 주는 건데)이 있는데, 오자가 두세 군데 있고, 삽화가 정말 너무 안 좋다. 들어가지 않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삽화다. 그리고 글에서 아이들이 읽기엔 좀 어렵게 번역된 부분이 몇 군데 있고, 쉼표가 좀 많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