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여우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0
한성옥 그림, 팀 마이어스 글,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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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는 흥미롭다. 시인과 여우가 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궁금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궁금함이 더해가는데,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여우의 대답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 시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런데 아이들도 그 여우의 대답을 읽으며 시란 어떤 것일지를 생각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그 다음쪽에 바쇼의 생각이 나오면서 고민거리를 던져주긴 하지만, 그 생각은 아이들이 벌써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아이들이 가진 생각을 잘못 여물게 할 소지가 있는 것이거나, 그럴 거 같다. 아이들이 그 생각을 아주 좋아하며 동의를 한다면, 그건 아마 그들이 벌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러는 것 아닐까?(그러니 어떤 아이들은 이야기에 나오는 세 편의 하이쿠에 대해 여우보다 더한 혹평을 할 거다.) 그런데 그 좋아함과 동의가 그 생각을 또 하나의 절대적인 생각으로 키워갈까 걱정도 살짝 된다. 아, 물론 거꾸로 생각하면 그렇게 되어서 아이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그 좋다(?)는 시들을 더 비판적인 눈으로 보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간중간 하이쿠가 몇 편 소개되고 여우와 바쇼의 말투가 아주 높임말은 아니어서 그런지, 차분하게 서술되는 지문이 그리 지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 아이들이 무리 없이 읽고 내용 이해도 쉽게 할 거 같아 마음이 놓인다. 다만, 첫 만남부터 바쇼와 여우가 반말투의 말을 주고받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여우가 바쇼의 시를 보고 갑자기 높임말을 쓰는 것은 어찌 이해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원문이 어떠한지, 옮긴이가 선택한 말투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말투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변화가 이야기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첫 만남부터 “야, 자” 하는 관계로 설정이 되었다는 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그림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좀 있다. 미국 작가의 글에 한국인이 그림을 더해 책으로 나왔고, 더구나 좋은 상을 받았다는 것은 당연히 이 책이 내세울 만한 점일 테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서 고개가 갸웃한 적이 몇 번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그림의 질과 글/그림의 배치, 편집 같은 것들은 잘 되어 있다고 본다. 그림이 일본풍을 잘 살렸으면서도 그리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게 되어 좋다.

문제는 버찌와 벚꽃의 색이 좀 이상하다는 거다. 그게 뭐 중요하랴 하겠지만, 세상에 없는 걸 그리는 게 아닐진데 왜 색이 그러할까 의아함이 든다. 버찌는 달게 먹을 정도로 익으면 검붉은 색이 된다. 혹 버찌의 종류에 따라 다른가? 내가 알기로는 버찌가 밝게 붉을 때는 아직 익지 않은 때다. 내용에 나온 것처럼 ‘얼마나 달콤한지 말로 다할 수 없는 정도’로 익은 버찌라면 그림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밝은 붉은색이어서는 안 된다.(그림자에 가려 있는 버찌의 색이 진짜 버찌 색 같다.) 그리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장면은 아주 멋은 있지만 벚꽃의 색이 그리 붉게 되어 있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 벚꽃이 분홍빛을 조금 띠는 게 있기는 하여도, 그렇게 붉은빛이 짙게 나는 건 없는 줄 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그 장면을 보고는 매화가 아닌가 했을 정도다. 아, 그리고 이상한 것이, 버찌가 늦여름(내용엔 ‘무더운 8월’이라고도 돼 있다)에 따 먹는 건가? 내가 알기로는 늦여름이면 버찌가 지고도 꽤 지났을 때인데, 일본의 기후와 지역의 위도가 우리와 달라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여우가 바쇼를 칭찬하는 장면에 있는 바쇼의 얼굴이 다른 바쇼의 얼굴과 너무 다르다는 게 좀 흠 같다. 여기에 뱀발을 하나 또 달자면, 하이쿠의 세 행을 가운데 정렬하여 편집을 했는데, 그냥 좌단에 맞추는 편집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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