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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소년 ㅣ 느림보 그림책 14
조원희 지음 / 느림보 / 2009년 1월
평점 :
제목이며 표지 모두 낯설다는 느낌을 갖고 책장을 펼쳐 보았다. 얼음소년이란 도대체 누굴까, 이 차가운 표지 속 아이와 북극곰은 어떤 관계일까...
짧디짧은 글과 강렬한 이미지의 연속이 그림책 보는 재미를 준다. 아... 이 소년은 무엇이고, 또 작가는 무얼 말하고자 한 것이겠구나, 이렇게 어렴풋이 느낀 바를 확인하기 위해 첫 장으로 되돌아가 다시 책을 보았다. 현실에 대한 발언을 상징과 알레고리로 풀어간 그림책. 그래, 그 점이 나로서는 신선했다.
영유아를 1차(또는 최종) 독자로 삼을 만한 그림책 가운데 현실 문제를 다룬 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떤 캐릭터로써 상징화하고, 그 캐릭터의 서사로 발언을 담아낸 책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신선했고, 그 시도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할까? 더구나 '발언'을 이미지화하는 게 핵심인 그림책 양식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점 또한 높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돼도 춥지 않고, 북극곰이 설 얼음땅이 점점 사라져 목숨을 위협하는 세상. 우리 존재 자체가 이 지구한테는 이미 폐해인데, 그 때문에 다시 우리 존재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 그것에 대한 발언이 절실하고 귀한 시기인데, 그것이 이렇게 학습이나 계몽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지 않는 방식과 양식 활용으로 형상화되었다는 점이 이 책을 보고 그냥 넘기지 못한 까닭이다.
물론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것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워낙 이미지화된 서사이다 보니 그걸로 아이들이 작가의 생각을 유추해내기란 쉽지 않을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친절히 설명하는 길을 택할 순 없는 노릇이니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의 독서를 도울 어른 독자 모두에게 맡기는 수밖에.
참, 하나 아쉬운 점. 책 감상을 다 하고 나서야 작가 소개글을 보았는데, 거기에 이 책이 어떤 문제를 다룬 책이라는 설명이 직접적으로 나와 있어서 아쉬웠다. 그건 작가 소개글에서 밝힐 것이 아니라 이 책 자체로 느끼게 할 것이지 않을까? 책 내용을 보기 전에 그 작가 소개글을 읽었더라면, '아~~ 그거~~' 하면서 흥미를 반감시킨 채 보게 되었을 것 같다.(이 리뷰가 이 책을 보지 않은 예비 독자들한테 그런 구실을 하면 큰일인데... ㅜㅜ)
아참, 아쉬운 점 하나 더. 앞뒤 면지에 있는 그림이 똑같은데, 그 둘을 연결시키거나, 또는 본문과 연결시키거나 하는 방식으로 적당히 활용했더라면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이대로도 뭔가 본문과의 연결을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면지끼리만 보면 (나로서는) 뭔지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가 앞으로 낼 또다른 작품을 기대한다는 말로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