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언제나 말을 해 그림책은 내 친구 19
김희경 글, 크리스티나 립카-슈타르바워 그림 / 논장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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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다룬 어린이책은 수없이 많다. 지도의 개념과 역사부터 시작해서 지도에 담겼던 다양한 세계관과 사람들의 노력을 담은 책들이 있고, 세계란 정말 넓다는 걸 느끼게 하려는, 그래서 아이들 눈을 넓히려는 책들도 있으며, 여러 나라와 지역의 위치와 특성, 문물 등을 소개하면서 학습과 연결시키는 책들도 물론 많다. 어떤 책이든 잘만 만들어지면 재미있을 가능성이 많고, 또 필요한 책이 될 것이다. 지도에 대한 감각은 확실히 사람의 눈을, 사유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해외여행을 갈 때 공간과 세계의 폭넓음을 절감했던 어른이라면, (지리적 감각과 정보랑 연결되는) 지도에 대한 감각이 왜 필요한지를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고 독창적인 지도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을 학습시키려는 의도가 지나치게 반영돼서 그런 경우가 많고, 정보를 감성과 연결시키지 못한 책들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은 책들이 있어서일 테다. 그리고 지도 책은 무엇보다 이미지가 중요한데, 뻔한 지도들, 정감 없고 삶의 향취는 느껴지지 않는 지도들이 많고, 다루는 곳 현장과 사람들 사진이 여럿 있을 뿐인 경우가 흔하다.

그러저러한 면에서 이 책은 색다르다. '지도'라는 개념 아래 들어올 수 있는 세계의 여러 오랜 지도와, 또 그 바깥에 있다고 생각될 '또다른 지도들'을 아울러서 엮었다. 지도를 통한 학습 강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책장을 넘기면서 즐기면 된다. 즐기는 가운데, '지도'에 서로 다른 세계관과 삶과 철학을 담아냈던 오래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느끼면 된다.

물론 오래되고 다양한 세계의 여러 지도를 서로 견주면서 옛 사람들의 다양한 세계관을 확인케 하는 지도 책이 없던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책들에서 한발 나아가 '또다른 지도들'을 적극 담아낸 것이 특징적이다. 전시관 안내도라든가 내비게이션, 지하철 노선도, 유전자 지도, 그리고 별자리... 어지러움과 무질서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이 담긴 그 현대의 또다른 지도들은 한결 살갑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 안에 감상+감동 포인트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그게 어색하지 않고 정겹고 재미지다.

학습에 대한 강박 없이 무척 짧막한 글로 안내되는 여러 지도들을 보는 재미. 거기에 더해, 아무래도 그림책이니만큼 그림이 중요한데, 이미지들이 낯설지만 이질감 없고 풍부하다. 따뜻하고 재미있다.

지도들이 걸어오는 말들, 그걸 아이들도 재미있게 알아채고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무쪼록 아이들이 이 책의 책장을 찬찬히 넘기면서 그 말들을 엿들을 수 있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유전자 지도에 대한 설명이 너무 유전자결정론이랄까, 거기에 서서 한 말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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