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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ㅣ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평점 :
[내 꿈은 토끼]로 주목받은 신진작가 임태희 씨의 첫 청소년소설. 제목도 특이한 데다가 청소년문학에 힘을 쏟는 출판사 '바람의아이들'에서 나온 책이라 관심을 갖고 보았다.
일단 짧게 소감을 말하자면, 청소년문학의 본령은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부정적인 고민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할까.
짧은 재치와 이야기의 힘으로 이끌어간 작품이지만 잘 읽히지를 않는다. 손이 안 가고, 그저 재미가 없다. 무척 얇은 책인데도 이걸 언제 다 읽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그리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겠지, 하고 기대했지만 끝까지 읽고서도 작가가 도대체 무얼 얘기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는데, 그게 어찌나 허탈한지. 또 기발할 수 있던 설정을 제목에서부터 내비추지만, 그걸 작품 전체에 녹여내지 못한 채 ‘기발하지? 기발해!’ 하고 독자한테 던지고는 그냥 힘없니 빠져버린 느낌이다.
청소년이 아닌 작가가 마치 청소년인 양 그들의 말투와 생각을 현실감 있게 재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짙은 이 작품을 실제 청소년은 어떻게 볼까. 얼마나 공감할까. 물론 작가가 그래야 할 작품이 있고 그럴 필요는 없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헌데 그러고자 작정한 듯한 이 작가의 의도가 뭔가 빗나가 있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무리 작가가 당대 현실의 청소년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일까.(물론 이 작품이 현실의 청소년을 실제로 생생하게 재현했는지부터 따져볼 문제지만.)
이 작품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십대 여학생이 그 또래의 생활세계와 심리를 의미있게 드러내는 화자로서, 또 그걸 통찰할 계기를 마련해줄 화자로서 과연 합당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문학을 보면서 아무리 개별적인 경험치라도 그것이 작가를 거쳐 작품이 되었을 때는 보편적인 경험치를 아우르며 건드려주기를 바라니까 말이다.(물론 그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작품은 작가가 애쓴 정도와는 상관없이 길을 잃고 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깊이는 놓치고 청소년 독자에게 '나랑 공감해줘!'라는 부탁 겸 억지를 부리고 만 격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과연 청소년문학은 어떠해야 할까. 유치함과 유의미함의 적절한 섞임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