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풀빛 그림 아이 1
로드 클레멘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저 커다란 공룡은 뭐지? 공룡 얼굴만 크게 보이는 책 표지가 처음엔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눈에 잘 띄는 표지이면서도 선뜻 제목과 전체 그림이 눈에 잘 들어오진 않았다. 근데 그걸 의도한 것일까? 뭔 책인지 궁금해 집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책 내용이 '일기'다. 오늘이든 어제든, 아니 내일이든 일기는 만날 똑같기만 했던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 가고 집에 오고 씻고 자고... 그 단단한 나날의 일상이 언제 깨질까 기대하면서, '오늘도 이런 거야?' 하는 아쉬움을 담뿍 담아 쓰고 그렸던 '오늘의 일기'. 헌데 이 책을 열어보니, 첫 장면에서부터 그 오래 묵은 아쉬움은 '팍' 하고 깨져나간다.

글만 읽으면 이 책은 그야말로 그저 그런 누구나의 일기다. 물론 몇몇 소소한 일상이 담기긴 했지만, 그 무엇 하나 보통 아이들의 일상에서 딱히 벗어나 있진 않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글만 읽어서는 상상하기 힘든 그저 그렇지 않은 세계가 그림에서 좌악 펼쳐진다. 그것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무심코 한두 장 넘겼다가 '어, 이거 웃기네?' 하고 돌아와 첫 장부터 다시 봤다.

일기 내용이 글과 그림에서 따로 논다.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아이는 비장한 표정의 독수리 투구를 쓰고 날개를 펼쳐 절벽 아래로 비행을 한다. 동네에서 최고로 나이 많은 할머니는 그야말로 주름이 쭈글쭈글한 '공룡'이고, 얼마 전에 전학을 와서 아주 먼 곳에 있는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는 교복을 입은 손가락 긴 외계인! 도서관에서 껌을 씹다 들켜 내쫓기는 아이가 책의 바다로 빠져 익사(?)하기 전에 짓는 표정이란!

장면 하나하나가 기발하고 무릎을 치며 웃게 한다. 이렇게 아이다움을 잘 받아 적고 그린 책이 흔할까? 그렇지 않다. 작가는 아마도 이런 기대를 했을 것이다. 하루하루 그저 그런 일상을, 숙제로 쓰는 억지 일기에 담을 수밖에 없는 현실의 아이들, 그 아이들 내면에는 바로 이런 '오늘의 일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으리란 기대. 그렇게 쌓인 '오늘의 일기'가 아이들 마음에 상상의 힘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 실제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기에, 그 아이들을 보듬는 마음으로 품은 그 기대가 이 책을 쓰고 그리게 했을 것이다. 그래, 참 믿음직스러운 마음 씀씀이다.

아이들이 그야말로 재미나게, 깔깔대며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기 내면에 이런 상상의 힘을 키울 싹을 띄웠으면 정말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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