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식당 레시피
서성란 지음 / 이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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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구와 얼굴이 닮은 두 여자는 모녀 같기도 했고 자매처럼 보이기도 했다. 양 무릎을 바깥쪽으로 벌리고 불안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두 여자 모두 키에 비해 가슴과 골반이 넓어서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눈과 눈 사이가 멀고 위로 치켜 올라간 눈 꼬리와 둥글납작한 머리통이 마치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라고 착각할 만틈 두 사람은 빼닮아 있었다.

 

「풍년식당 레시피」中 11~12p.

 

산동네 아래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다. 깔끔하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고 간판조차도 없는 곳이다. 단지 싼값에 양껏 먹을 수 있는 곳, 바로 풍년식당이다. 이 풍년식당엔 생물학적인 관계는 아니라지만 같은 외모를 가진, 누가 봐도 모녀사이 같아 보이는 승복과 선희가 살고 있다. 어린 시절 특수시설에 보내졌다 시설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한번도 풍년식당 밖으로 나가지 채, 손님들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열심히 식당안에서 일하며 살게 되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식당 앞에 버려진 자신과 같은 외모의 선희를 발견하곤 딸처럼 키우게 된다. 세상으로부터 선희를 지키고자 단절을 선택하는 승복과 세상과의 소통을 원하는 선희. 이처럼 서로 같은 외모를 가진 두 여자 이지만 서로 다른 삶을 원한다.

 

풍년식당의 주인인 김여사 갑숙이 낳은 승복과 혜란이 낳은 선희. 둘은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외모는 마치 모녀사이인 것처럼 꼭 닮았다고 표현되어있다. 길거리를 나선다면 누구든 한번쯤 힐끔거릴법한 외모,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해보이기까지 한 그런 외모. 책에서는 단한번도 그녀들이 가진 장애의 명칭을 말하지 않는다.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다운증후군 인데 말이다. 어쩌면 작가는 외모만 다를 뿐 우리들과 다를게 없는 승복과 선희를 그 장애로 편견적인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었을까.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채우고 나온 아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단계를 밟아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앉고 서고 걷는 것이 늦다거나 말을 더디게 시작하고 얼굴이며 체형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섣불리 걱정하거나 동정할 필요가 없다. 세상에는 지나칠 정도로 외모가 비슷한 사람들로 넘쳐 난다. 사람들은 틀에 짜인 듯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스럽지만 특별한 삶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뿐이다.

 

「풍년식당 레시피」中 17~18p.

 

승복과 선희는 우리 사회에서 버려진 존재, 혹은 소외된 존재의 상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처받은 두 모녀를 치료해준게 바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던 따뜻한 팥죽이 아니었을까. 평생 팥죽을 쑤다가 숨을 거둔 노모가 승복에게 나타나 팥죽을 쑤는 법을 가르켜주고 풍년식당의 대를 잇도록 한것이야말로 승복과 선희를 세상밖으로는 내보내지 못하더라도 뜨겁게 끓어오를 수 있는 사랑을 일깨워줬다고 생각된다. 팥죽으로 치유된 두 모녀는 다시 산자와 죽은자들 모두의 상처까지 위로하고 또 사랑하는 모습에 뜨거운 감동이 일었다.

 

사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 현재와 과거 그리고 승복의 과거 혹은 김여사의 과거 등 뒤죽박죽한 전개에 조금 헷갈리기도 했고 정신없기도 해서 책을 덮을려다가 말았다. 하지만 어찌보면 너무도 슬펐던 승복의 이야기에 울컥울컥하면서 책을 놓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한다. 장애라는 걸 단지 불쌍함 혹은 다름으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사회의 한 일원으로 그들이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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