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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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능력이라고 하는 다소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사춘기 소년의 고민이나 범죄사건이 주변에 미치는 파장 등 현실적인 요소들을 배치해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중심을 잡아주는데 성공했다. 초반부터 살인이 일어나고, 연이어 일어나는 문제들 역시 음침하기 짝이 없지만 두 소년과 주인공이 가진 따뜻한 마음덕분에 독자가 범죄의 흉악함이 드러낸 날카로움에 상처입을 일은 없다. 사건 이후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행방이 드러나진 않지만, 충분히 그 끝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묘미가 있다. 책의 중심에 서 있던 두 소년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긋나고 말았지만, 결국 두 사람이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는 같았으며, 남은 소년 역시 그 목표를 향해 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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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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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어떻게 해도 돌아오는 건 좌절과 실패뿐인 인생을 가진 두 김씨. 현실에선 찾을 수 없던 김군은 저승행을, 김양은 방 안에 은신함으로써 자신만의 원더랜드를 꿈꾼다. 그 이후, 저승행에 실패함으로써 63빌딩이 보이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김군과 우연히 무인도의 김군을 발견하게 된 김양의 헤프닝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그것이 알고싶다"에나 나올 법한 우울한 두 김씨는 영화에선 우화 속의 주인공마냥 엉뚱하고 재미있고 때론 깜찍하기도 하다. 버려진 오리보트부터 김양의 로보트 장난감까지 흔하디 흔한 물건까지 비눗방울을 통해 본 듯 아름답게 보인 것은 클로즈업하지 않은 소품까지 눈여겨 보게 만들 정도로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민방위 훈련의 사이렌 소리와 짜장면, 옥수수 등 몇 가지 굵직한 테마가 반복되지만 지루하긴 커녕 매번 새롭다. 영화의 결말보다도 자기의 원더랜드를 만들기 위해 어부가 되었다가 농부가 되기도 하는 김군과 그런 김군을 통해 조금씩 방 밖의 세상을 훔쳐보는 김양의 모습이 담긴 과정들이 흥미로웠다. 이 영화가 이토록 재미있게 느껴진 까닭은 김군과 김양처럼 극단적이진 않더라도 나 역시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나만의 원더랜드를 찾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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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재산상속 풍경 표정있는 역사
이기담 지음 / 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전통”이라 불리우는 것의 상당 부분이 조선 후기에서 출발한 것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우리가 믿고 있는 전통과 실제의 전통이 같지 않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리타분하고 폐쇄적인 이미지로 기억되는 조선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재산상속을 통해 보여지는 조선은 지금보다 더 여성의 지위가 보장되는 사회였다. 제사를 맡을 자식에게 주어지는 어느정도의 추가분을 제외하면 아들딸 구분없이 놀라울 정도로 공평하게 재산을 분배했다. 대유학자들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 였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누구나 "역사는 현재 우리가 나아갈 길을 알려 주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다."와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과연 역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때마다 그 놀라운 지혜에 감탄하게 될 때가 많다. 과거보다 낫다고 단언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어쩌면 전통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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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의 눈물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작가정신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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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창가의 토토" 루로야나기 테츠코가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에디오피아, 르완다, 인도, 베트남 등의 지역을 방문하며 겪은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참혹함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어린이들의 순수함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과 전쟁으로 조각난 자연은 하루이틀 사이에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05년에 나온 한비야 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보면 그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3년 전 토토가 경험했던 상황들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역시 천진한 눈동자로 꾸밈없이 웃고 울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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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 - My Pian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른이 되면 분명히 내 능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뭐든지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 때 이 영화를 봤으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거나 별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천재소년 경민이가 아니라 저 멀리 혼자 날아가버린 꿈을 쫓고 있는 지수이기 때문이다. 유학파가 아니라는 핸디캡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인 천재소년을 만남으로써 희망을 갖고, 그 때문에 또 좌절하는 지수의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했다.  

영화는 이렇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꿈과 깊은 관련이 있는 환경, 즉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혈연관계인 가족들로부터 온전한 정을 받지 못하던 지수와 경민이 서로 소통하게 되는 과정은 선생님과 제자라기보다 엄마와 아들, 혹은 친구같은 느낌을 주었고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함께 본 동생은 영화의 결말이 아쉽다고 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면 텔레비전의 사람찾기랑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실화라는 점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더 가치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민이가 지수에게 받은 꿈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과 지수 역시 경민이를 소중한 기억의 일부로 남겨두었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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