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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떻게 해도 돌아오는 건 좌절과 실패뿐인 인생을 가진 두 김씨. 현실에선 찾을 수 없던 김군은 저승행을, 김양은 방 안에 은신함으로써 자신만의 원더랜드를 꿈꾼다. 그 이후, 저승행에 실패함으로써 63빌딩이 보이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김군과 우연히 무인도의 김군을 발견하게 된 김양의 헤프닝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그것이 알고싶다"에나 나올 법한 우울한 두 김씨는 영화에선 우화 속의 주인공마냥 엉뚱하고 재미있고 때론 깜찍하기도 하다. 버려진 오리보트부터 김양의 로보트 장난감까지 흔하디 흔한 물건까지 비눗방울을 통해 본 듯 아름답게 보인 것은 클로즈업하지 않은 소품까지 눈여겨 보게 만들 정도로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민방위 훈련의 사이렌 소리와 짜장면, 옥수수 등 몇 가지 굵직한 테마가 반복되지만 지루하긴 커녕 매번 새롭다. 영화의 결말보다도 자기의 원더랜드를 만들기 위해 어부가 되었다가 농부가 되기도 하는 김군과 그런 김군을 통해 조금씩 방 밖의 세상을 훔쳐보는 김양의 모습이 담긴 과정들이 흥미로웠다. 이 영화가 이토록 재미있게 느껴진 까닭은 김군과 김양처럼 극단적이진 않더라도 나 역시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나만의 원더랜드를 찾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