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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다. 왜? 재미있으니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니까.
"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야. 찰리가 어떻게 됐는지 내일 또 보자."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던 나는 내일 또 보자며 책을 덮는다."나 다 알아요. 찰리가 황금빛 초대장 받아요."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둘째가 책장을 이리 저리 넘기더니 그림을 보곤 찰리가 황금빛 초대장을 받는단다. 그러니 어서 더 읽어달라고 한다. 일년에 한번 생일날에만 초콜릿을 맛보는 찰리가 바로 바로 윌리 윙카씨네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고 평생 동안 먹을 초콜릿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황금빛 초대장을 찾게 되리라는걸 다 알면서도, 그래서 또 어떻게 됐는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단다.
좋은 책을 만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이 빨라지다가 오른쪽으로 한두 장, 이야기의 끝이 보이면 아쉬운 맘이 들곤 한다. 즐거웠던 시간과 헤어져야 하니까. 그래서 이 책은 생일날 받은 초콜릿을 아주 조금씩 아껴먹는 찰리처럼 한 장, 한 장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아끼며 읽었다. 읽다가 많이 웃었다. 푸하하하 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어떻게 엄마와 아이가 함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어떻게 아이가 질문하면 이야기는 곧 대답을 할까? 찰리네 가족이 침대가 하나밖에 없고,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네분이 모두 한 침대에서 지낼 수 밖에 없다고 하자, 또 사면 되잖아요? 하고 되묻는 아이에게 이야기는 곧 대답을 해 준다. 찰리네는 그렇게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고.
초콜릿으로 지어진 궁전, 초콜릿 강, 더운 날에도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말해주면 아이들은 우와 환상을 터뜨리며 그림으로 그려보이곤 한다. 하지만 방이 두개뿐이고 침대는 하나뿐인 찰리의 집의 가난은 도무지 아이들에겐 낯설기만 하다. 찰리 아빠가 일하던 치약 공장이 문을 닫자 점 점 더 먹을 것이 없어서 온 가족이 굶주리는 것이 아이들에겐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가족이 조금씩 아껴두었던 돈을 모아 찰리의 생일날 윙카씨네 초콜릿을 선물하고 그걸 조금씩 맛보는걸 보면서 아이들은 어느새 찰리가 되어 그 달콤함과 가족의 사랑을 맛본다. 그리고 찰리가 전 세계에 다섯개뿐인 황금빛 초대장을 쥐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매일 밤 할아버지 머리맡에서 이야기를 듣는 찰리처럼 이 글을 읽는 동안 나와 아이들은 재미있고 신나고 환상적인 이야기의 나라로 여행을 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임이다. 듣는 이의 귀를 확 붙잡아 둘만큼, 이 글은 강렬하고 달콤했다.
달콤함에 대한 비법은 뭘까? 달콤함에 대한 환상을 극대화한 초콜릿 공장에 대한 묘사와 우리 자신이 바로 찰리가 된 듯한 기분으로 모험에 참여하게 하는 이야기 전개 덕분이 아니었는지---. 사실 우리들의 모습은 황금빛 초대장을 받은 다른 네명의 아이들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먹을 것은 너무 좋아하는 아우구스트, 원하는 건 뭐든지 갖고 싶어하는 벨루사 솔트, 늘 껌을 쫙쫙 씹어대는 바이올렛, 텔레비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마이크 티비.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너무 과장되어 있으므로 그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는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찰리만이 위험에 빠지지 않은건 신중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무것에도 달려들지 않고 윙카씨의 지시를 잘 따랐기 때문일까? 앞으로 맘껏 초콜릿을 먹게 되면 생일날 먹던 맛처럼 달콤하고 소중할까?
아무튼 착하고 가난한 찰리와 가족에게 벼락처럼 행운이 쏟아진다는것은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결말이다.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가득한 찰리의 가족이 이미 더 행복하다는 것은 글을 읽는 내내 느끼고 있었지만 말이다.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는 글의 강렬함. 그리고 읽고 난 후에는 정말 그럴까? 이건 어떻게 생각해? 라며 읽는 이마다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다양한 빛깔의 맛, 그리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 아, 행복하다 .초콜릿 보다 강렬한 글의 달콤함.